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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 고령자에 고위험 ELS 팔고 예방조치 운운하는 건 면피에 불과"[홍콩 H지수 ELS사태 일파만파]

이복현 금감원장, 은행들에 쓴소리
소비자·금융사 책임분담 기준 검토
ELS판매 금융사들 서면조사 착수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9일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관련 수조원대 손실 우려에 대해 "은행들이 고위험 투자상품을 고령자들에게까지 무리하게 판매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은행들의 불완전판매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사와 소비자 간 책임 분담 기준을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원장은 이날 서울 영등포구 금융투자협회에서 23개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일부 은행들이) 고객이 묻기도 전에 (ELS를) 판매해놓고 무지성으로 자필서명·녹취 등을 운운하며 피해예방 조치를 충분히 했다고 하는 것은 자기 면피가 아닌가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원장은 특히 노후자금을 안정적으로 굴리기 위해 은행을 찾은 고령자들에게까지 은행들이 ELS에 가입시킨 것은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금소법')상 적합성의 원칙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고위험·고난도 상품이 다른 곳도 아닌 은행 창구에서 고령자들에게 특정 시기에 몰려서 판매됐다는 것만으로 적합성 원칙이 제대로 지켜졌는지 의구심을 품어볼 수 있다"면서 "설명 여부를 떠나서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원장은 "중국의 부동산시장 상황 등 여러 가지 사이클에 따라 등락이 극심했던 상품인 점, ELS의 원금 손실 기준이 발생한 전례가 있던 점 등을 (은행들이) 고령 투자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고 투자를 권유한 것인지 의문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여러 가지 경우에 따라 책임 분담의 정도는 다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원금 손실이 나더라도 여유자금이니 크게 불려달라는 목적을 갖고 온 고객인지, 날리면 안되는 노후 생계자금인데 정기예금 대신 원금 손실이 나지 않는다며 (ELS를) 권유했는지 등 다양한 경우의 수를 보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금감원은 홍콩H지수 급락으로 이와 연계된 ELS 상품의 수조원대 손실이 예상되자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다. 지난 20일부터 판매 규모가 가장 큰 KB국민은행에 대해 현장 조사 중이며 지난 27일부터는 하나·신한·우리·NH농협 등 주요 판매은행들에 대해서도 서면조사를 진행 중이다. 증권사 역시 주요 판매사인 미래에셋증권,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등 7곳을 대상으로 서면조사를 하고 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