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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S 포비아'… 은행권, 대규모 손실 우려에 잇단 판매중단 [홍콩 H지수 ELS사태 일파만파]

NH농협·신한·우리銀 판매중단
KB국민·하나銀 판매중단 검토
잔액 15조 중 내년 초 8조 만기
지수 폭락에 대규모 손실 우려

'ELS 포비아'… 은행권, 대규모 손실 우려에 잇단 판매중단 [홍콩 H지수 ELS사태 일파만파]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으로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은행권이 잇달아 판매중단에 나서고 있다. 일각에서는 고위험 파생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이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29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이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ELS 판매를 중단한 데 이어 KB국민·하나은행도 판매중단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 ELS 판매중단 이어져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서는 H지수 편입 ELS 비중을 30% 이내에서 운영해 왔다"며 "투자수요도 있지만 최소한으로 공급해 왔으며 현재 판매중단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나은행 관계자도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며 대응방안을 다각도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NH농협은행은 지난달부터 ELS 판매를 중단했다. 주가연계 파생상품 중에서는 원금 보장이 가능한 주가연계 파생결합사채(ELB)만 판매 중이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11월부터 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포함된 ELT는 판매하지 않고 있다. 우리은행도 같은 해 12월부터 판매를 중단했다. 우리은행은 2022년 H지수가 기초자산으로 편입된 ELS는 모두 조기상환을 완료했다.

ELS는 기초자산으로 삼은 주가지수에 따라 수익 구조가 결정되는 파생상품이다. H지수는 현재 지난 2021년 고점(1만2000선)에 비해 반토막 수준인 6040 선에 거래되고 있다. 내년까지 지수가 7000~8000 선 이상으로 반등하지 않으면 대규모 손실이 예상된다.

■銀 파생상품 판매 논란 다시 도마 위

금융감독원이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판매 잔액은 20조5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이 중 15조8860억원 규모가 은행에서 판매됐다. 은행별 판매 잔액은 KB국민은행 7조8458억원, 신한은행 2조3701억원, 하나은행 2조1782억원, NH농협은행 2조1310억원, 우리은행 413억원 순이다. 지수가 고점 대비 반토막으로 폭락한 상황에서 내년 상반기에 만기가 몰려 대규모 손실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내년 상반기 만기가 도래하는 판매 잔액은 8조4100억원 규모다.

한편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에 이어 ELS 판매 문제가 또다시 불거지면서 은행의 고위험 파생상품 판매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가령 예적금 만기 고객에게 ELS 판매를 권유하는 것은 안된다"며 "ELS는 고위험 상품으로 예금 대체재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은행에서 ELS를 팔지 않는다"며 "증권회사에 주식을 사러 온 고객에게 ELS를 권유하는 것은 고객 성향상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예금하러 온 고객이 50% 이상 손해를 보면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더군다나 노후자금으로 생활비를 써야 하는 고령층에게 권유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도 "ELS처럼 구조가 복잡하고 손실이 크게 날 수 있는 상품을 은행에서 판매하는 것은 다시 검토해봐야 할 문제"라며 "불완전판매 여지가 있는 경우 판매사인 은행이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