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슬픈 코끼리'로 불렸던 필리핀 마닐라 동물원의 코끼리 '말리'가 사망했다. 2019년 1월 사육사가 준 먹이를 먹기 위해 코를 뻗는 말리 모습. 사진=뉴스1(AFP)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친구를 잃은 뒤 33년간 홀로 동물원에서 생활해온 코끼리가 결국 외로운 죽음을 맞이했다.
29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이날 허니 라쿠나 마닐라 시장은 마닐라 동물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코끼리 '말리'가 28일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말리는 필리핀 내에서 '세계에서 가장 슬픈 코끼리'라고 불리는 코끼리다.
라쿠나 시장은 말리의 죽음을 두고 "말리는 마닐라 동물원의 최고 인기 동물이었고 우리 삶의 일부였기 때문에 (사망 소식이) 슬프다"라고 애도했다.
그러면서 과거 자신 역시 부모님과 함께 말리를 보러 왔던 기억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말리는 1981년 생후 11개월일 때 스리랑카에서 필리핀 마닐라 동물원으로 옮겨졌다.
당시 동물원에는 다른 코끼리 '시바'와 함께 지냈지만, 1990년 시바가 사망하면서 홀로 동물원을 지켜왔다.
말리는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좁은 우리에서 혼자 삶을 영위해왔고, 동물보호단체들은 마닐라 동물원의 열악한 사육 환경 등을 이유로 말리를 보호구역에 풀어줘야 한다고 촉구해왔다.
세계적인 동물권리단체 페타(PETA) 또한 말리를 '세계에서 가장 슬픈 코끼리'라고 칭하며, 말리를 풀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으나 마닐라시 당국은 말리가 야생에서 살았던 경험이 없다며 허가하지 않았다.
라쿠나 시장은 말리의 죽음에 대한 비판적인 반응이 빗발치자 "말리가 혼자였던 것처럼 보이지만, 우리가 늘 곁에 있었다"라며 "보호구역으로 보내는 방안은 한번도 고려된 적이 없었다"라고 전했다.
helpfire@fnnews.com 임우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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