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제공]
[파이낸셜뉴스] 미국 기준금리 인상 종료설에 국고채 금리 상승세가 한풀 꺾인 모습이지만, 비우량 기업들이 시장에서 찍어내는 회사채 금리는 10% 안팎을 오가고 있다. 경기침체 불안감으로 비우량 기업들에 대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투자자들이 늘면서 비우량 기업들의 차환 이슈가 불거질 가능성이 커졌다.
비우량 기업들, 10% 안팎 조달 지속
11월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동부건설은 지난 11월 28일 30억원 규모 6개월물 사모채를 연 9.5%에 발행했다. 지난 7월 1년물 50억원어치 발행금리(연 9.7%) 수준과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앞선 3월에는 1년물 사모채 총 130억원어치를 연 10.0% 수준에서 발행한 바 있다. 고금리 수준이 장기화하고 건설업계 한파가 맞물리면서, 비우량 기업들은 여전히 10% 안팎의 금리를 견뎌내고 있다.
새한에프앤비는 지난 11월 24일 1년 만기 사모채 120억원어치를 연 18.0% 금리에 발행했다. 신용등급이 없는 탓에 최근 발행기업 가운데 최고 수준에서 금리가 결정됐다
그만큼 투자자들의 새한에프앤비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됐다는 평가다. 새한에프앤비는 새한창업투자의 지분 79.6%를 보유한 음식료업체다.
소액 자금을 구하기 위해 회사채 시장을 처음 찾은 중소 기업들도 늘어나고 있다. 스마트 도어락 전문기업 애니락은 11월 29일 5000만원 규모 회사채를 연 12.0%에 발행했다. 컴포어도 같은 날 연 10.0%에 700만원 규모 회사채를 연 10.0%에 찍었다.
신용보증기금의 보증도 고금리를 크게 낮추진 못했다. 신보가 보증을 서는 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P-CBO)임에도 8%대 금리가 속출했다.
지난 11월 27일 발행한 기업들의 P-CBO 금리를 살펴보면 하이스트종합건설 2년물이 연 8.072%, 전시전문기획사 씨씨오씨 1년물은 연 10.514%, 아느로인터내셔널이 발행한 1년물은 연 10.0%에 각각 발행됐다.
투자금 회수 움직임, 차환 이슈 '살얼음'
주식연계채권(메자닌 채권)은 비우량 기업들이 채권시장에서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수단이다. 기업이 0%에 가까운 금리를 제시하더라도 메자닌 채권에 투자자가 몰린 데는, 향후 주식으로 전환해 얻을 수 있는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고금리 장기화, 지지부진한 주식시장, 경기침체 등의 이슈가 겹치면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희귀질환치료제 개발사인 이수앱지스가 지난 2021년 6월 말 발행한 전환사채(CB)에 대해 조기상환청구(풋옵션) 신청을 최근 한 달간 받은 결과 풋옵션 비율은 11월 29일 기준 82.99%(663억9000만원)에 달했다. 금액은 해당 수준보다 더 커질 가능성도 있다.
이수앱지스는 오는 30일 해당 금액을 투자자에게 조기상환해야 한다. 티웨이홀딩스가 지난해 3월 발행한 650억원 규모 CB 관련 풋옵션 누적 비율은 58%에 달한다.
지난 9월 110억원을 조기상환했고 오는 25일 270억원어치를 조기상환해야 한다. 이 외 보안 솔루션 전문업체인 라온시큐어(200억원),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인 핸즈코퍼레이션(100억원) 등이 발행한 CB에 대한 풋옵션 비율은 100% 수준에 달했다.
이들 기업은 각각 오는 20일과 23일 투자자에게 원금을 상환해야 한다.
한편 내년 부동산PF 대출 만기 대거 도래, 기업들의 재무 구조 악화 등으로 크고 작은 크레딧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정부는 비우량 회사채, 건설사 및 증권사 보증 PF-ABCP 등 취약 부문을 대상으로 하는 안정화 조치는 1년 연장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박경민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시장안정 프로그램 운영기간의 연장은 단기자금시장 불안이 재발될 수 있다는 시장 우려는 완화시키는 방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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