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사건 첫 선고
1심서 실형… 남욱은 징역 8개월.. 재판부 "지방행정 공공성 훼손돼"
유·정 정치 자금 전달 관여했지만 부정 수수 공동 정범에 해당 안돼
대장동 민간업자들에게서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대장동 민간업자들로부터 불법 정치자금과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대장동 사건과 관련한 첫 선고다. 재판 쟁점이 됐던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의 진술에 대해 법원이 신빙성이 있다고 본 것이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남욱, 정민용, 유동규 등이 각각 김 전 부원장에게 전달할 돈을 조성했고, 이 돈을 유동규가 건넸다는 취지로 주장해왔다. 법조계에선 이 사건이 향후 확정판결로 이어질 경우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방행정 공공성 심각히 훼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조병구 부장판사·권슬기·박건희 판사)는 11월 30일 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부원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하고, 벌금 7000만원과 6억7000만원 추징을 명령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지방자치단체의 위법, 부당한 업무 추진을 견제하는 책무를 수행해야 하는 지방의회의 의원인 김용과 성남시 산하 공사의 실세 기획본부장인 유동규가 민간업자들과 장기간에 걸쳐 사업공모 참여, 인허가 등을 매개로 금품수수 등을 통해 유착돼가는 과정에서 행해진 일련의 부패범죄"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의회의원의 직무의 공정성 및 청령섬과 그에 대한 사회 일반의 신뢰를 현저히 훼손한 행위로 비난 가능성이 매우 크다"면서 "이러한 민간업자들과 지방자치단체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자들 사이의 뿌리 깊은 부패 고리는 지방자치 민주주의를 우롱하고 주민의 이익과 지방행정의 공공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병폐"라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 전 부원장이 불법 정치자금 6억원, 뇌물 7000만원을 수수한 것으로 보고,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로 판단했다. 정치자금 수수 혐의액 중 2억4700만원은 전달되지 않았다고 봤다. 아울러 뇌물 혐의액 중 1억원은 받은 사실이 있으나 대가성과 직무관련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2000억원은 입증되지 않았다고 판시했다.
■유동규·정민용 "부정수수 공범은 아냐"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유 전 본부장과 정 변호사를 정치자금 부정 수수의 공동정범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돈을 건네준 역할을 했지만 '김용과 함께 돈을 받은 행위'로는 처벌하는 것은 법리에 맞지 않는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유동규, 정민용이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면서도 "수수자와 기부자의 지위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기부자측 공범을 수수자측 공모공동정범인 것처럼 의율하면 수수자 입장에서는 얼마의 금액이 어떻게 조성됐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부자측 자금 조성이 완료된 사정만으로 수수의 죄책을 부담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원은 검찰에 정치자금의 수수, 공여 구조와 관련해 유동규, 정민용을 수수의 공범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공소사실 검토를 권고한 바 있다"며 "그러나 검찰은 이에 대해 정치자금 부정수수의 공범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을 제출하고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재판부는 "유동규와 정민용은 법리적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것으로, 관여 행위를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전 부원장은 지난해 4~8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과 공모해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8억47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성남시의회 도시건설위원회 상임위원으로 활동하던 2013년 2월~2014년 4월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편의를 제공한 대가로 유 전 본부장으로부터 1억9000만원을 받은 혐의도 받았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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