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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장기화’ 못박은 한은… 수출 회복해도 내수가 문제

한은, 내년 성장률 2.2→2.1%.. 고금리·고물가 이어지며 소비 둔화
내년 상반기까지 3%대 물가상승률.. 상품수출은 3.3% 늘어날 것 전망

‘고금리 장기화’ 못박은 한은… 수출 회복해도 내수가 문제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한 가장 큰 이유로는 '내수부진'이 꼽힌다. 고금리 장기화 여파에 고물가로 민간 소비여력이 둔화돼 내년 성장률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예상이다. 전기요금을 비롯해 누적된 공공요금 인상 압력에 내년 상반기까지 3%대 물가상승률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른바 스태그플레이션(저성장+고물가) 상황에 한은이 경기부양을 위해 금리를 낮추기도 어려워 또다시 고물가·고금리·저성장 복합위기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은, 내년 경제성장률 2.2%→2.1%

한국은행은 11월 30일 서울 중구 한은 본부에서 기준금리를 3.50%으로 동결하고 내년 경제성장률 및 물가상승률 전망 등을 발표했다. 한은은 올해 성장률을 1.4%로 유지하고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2.1%로 0.1%p 낮춰 잡았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상품수출이 3.3%, 수입이 2.4%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민간소비는 1.9%, 건설투자는 -1.8%에 그쳤다.

최창호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4·4분기 IT경기가 개선되고 있는데 회복 속도가 당초보다 빠르다"며 "내수 측면에서는 고금리·고물가 영향이 이어져 소비 증가세가 둔화돼 전체적으로는 성장률이 내렸다"고 설명했다. 수출경기 회복 등 대외적으로는 상방압력이 있지만 소비회복 모멘텀이 약화돼 성장률을 하향 조정했다는 것이다.

앞서 국내외 금융기관에서도 내년 성장률을 2% 초반대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3%로 전망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과 국제통화기금(IMF)에서는 각 2.2% 성장을 예상했다.

이런 가운데 한국 잠재성장률이 약 2%로 추정돼 향후 저성장이 고착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잠정적이기는 하지만 올해와 내년 2%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잠재성장률은 물가를 자극하지 않으면서 한 나라의 노동력, 자원 등을 사용해 최대한 이룰 수 있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5년 2.8% △2016년 2.9% △2017년 3.2% △2018년 2.9% △2019년 2.2%를 하회하는 것이다.

■저성장에 고물가+고금리 장기화 '뉴노멀'

향후 고물가와 고금리 장기화도 예상된다.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은 3.5%에서 3.6%로, 내년 전망은 2.4%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예상보다 높은 비용압력 영향으로 지난 8월 전망경로를 상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한은에서는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점차 낮아져 내년 상반기 중 3% 내외를 나타낼 것"이라며 "향후 물가경로는 국제유가 및 환율 움직임, 국내외 흐름 등에 영향받을 것"이라고 했다. 에너지와 식료품을 제외한 근원물가상승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3.5%, 2.3%로 예상했다.

향후 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상당기간' 긴축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존 문구를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꿔 고금리 장기화를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금통위는 "국내경제는 성장세가 개선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물가경로가 당초 전망보다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긴축 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에도 추가인상 가능성은 열어뒀다. 금통위는 향후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서 △인플레이션 둔화 흐름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 △성장 하방 위험 △가계부채 증가 추이 △주요국의 통화정책 운용 △지정학적 리스크의 전개 양상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추가 인상 필요성을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