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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파두 사태, 기술특례는 죄가 없다

[기자수첩] 파두 사태, 기술특례는 죄가 없다
'AA'와 'A'. 최근 '뻥튀기 상장' 논란에 휩싸인 코스닥 기업 파두가 지난해 기술성 평가 당시 받은 등급이다. 파두가 받은 'AA-A' 등급은 반도체 팹리스(설계) 기업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으로, 상장 첫 단계인 기술성 평가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에서 팹리스 스타트업 중 처음으로 1조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무리 없이 증시에 입성했다.

공모가보다 크게 오르진 않아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던 파두에 대한 시선이 차가워진 것은 올해 3·4분기 실적이 공개되면서다. 기대치에 한참 못 미치는 매출에 실적발표 다음 날부터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뻥튀기 상장' '사기 상장'이라는 투자자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금융당국은 'IPO 당시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는 등 심사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른바 '파두 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방지책도 나왔지만 파두가 이용한 기술특례상장 제도 역시 따가운 눈총을 사는 분위기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력이 뛰어난 기업이 외부 검증기관을 통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 '당장' 수익을 내지 못하더라도 상장을 허용하는 제도다.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는 바이오업종 등을 고려해 2005년 도입됐다.

파두와 기술특례상장 제도에 대한 무지성 분노를 쏟아내기 전에 주목할 부분이 이 대목이다. 미래 성장성을 기준으로 평가받고, 합격점을 받은 기업에 '당장'의 실적이란 잣대로 비난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일 수 있다. 현재의 재무적 성과는 미흡하지만 미래 성장성이 높은 혁신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모험자본 공급이 필수적이다. 파두 사태를 무기로 기술특례상장 기업에 당장의 실적을 요구하게 되면 일반 상장과 다른 점이 없을뿐더러 유니콘 기업의 탄생은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기술특례상장 제도의 보완은 필요하다. IPO 직전 월매출 공개 의무화를 비롯해 기술성을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기술전문가 투입, 상장 주관사의 책임 강화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파두 사태를 계기로 IPO 시장을 성숙시키기 위해서는 사태의 원인이 기술특례상장 제도 자체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2015년 제조업 기술특례 1호로 상장했던 파크시스템스의 현재 시가총액은 1조원 안팎이다. 공모가 기준 600억원 내외로 데뷔한 지 8년 만에 시총 1조클럽에 들어섰다. 제2의 파두 대신 제3, 제4의 파크시스템스를 이끌기 위해 기술특례상장의 취지는 살리되,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할 때다.

zoom@fnnews.com 이주미 증권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