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내년 성장 전망 2.1%로 낮춰
무협, 반도체 수출 21% 증가 예상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한국은행이 11월 30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했다. 7번 연속 올리지도 내리지도 않고 묶었다. 한은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2.1%로 하향 조정하고,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2.4%에서 2.6%로 0.2%p 높였다.
정부와 마찬가지로 한은도 경기가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는 보지만, 국내외 여건이 여전히 좋지 않아 선뜻 회복 국면에 접어들었다고 언급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충돌까지 벌어져 국제정세는 경제에 계속해서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런 상황을 반영하듯 기저효과의 영향이 있었다손 쳐도 10월 산업활동동향 통계에서도 생산(-1.6%)·소비(-0.8%)·투자(-3.3%) 지표가 모두 전월보다 나빠지면서 전 산업 생산지수가 1.6% 하락했다. 2020년 4월 이후 3년6개월 만에 최대 하락 폭이다. 금리가 계속 동결 상태이지만 고금리인 것은 분명하고, 물가 또한 더 들썩이면서 기업이나 소비자나 생산과 소비의 의욕을 꺾고 있다.
우리 산업의 핵심이자 아킬레스건인 반도체도 썩 좋지 않다. 10월 산업생산지수가 하락한 데는 반도체 생산이 11.4% 줄어든 영향이 컸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는 것만은 맞는다. 한국무역협회는 올해 수출이 작년보다 7.8% 줄어든 6300억달러에 그치고, 무역수지는 150억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내년에는 반도체 수출이 21.9%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를 종합해 볼 때 우리 경제는 비록 거북이걸음이지만 회복세를 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다만 여전히 불확실한 대내외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어 추세가 완전히 상승 쪽으로 바뀌었다고는 말하기 어려운 국면이다. 정부나 기업, 가계로서는 불황의 터널이 지긋지긋할 정도로 길어 보이지만 꾹 참으며 끝이 보이기를 기다리는 도리밖에 없다.
극한의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생존이다. 비록 작은 수치지만 내년이 올해보다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희망은 보이고 있다. 경제는 결국 심리다. 높은 물가가 부담스럽지만 그렇다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버리면 연쇄반응으로 경제 전체가 악순환의 고리에서 빠져나오기 어렵다.
세 경제주체가 각자의 위치에서 인내하며 제 할 일을 다하면 멀리서 다가오는 회복의 불빛을 그리 멀지 않은 장래에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지 않고 비관에 빠져 몸을 웅크리고 있으면 침체의 기간은 더 길어진다. 기업은 기업대로 혁신과 생산성 향상으로 난국을 돌파해 나가야 한다.
정부의 역할이 가장 중요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탁상머리 행정에 빠져 있지 말고 현장을 뛰며 기업과 소비자의 애로를 경청해야 한다. 법과 제도를 고쳐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장애물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민생을 말로만 떠들지 말기 바란다.
가장 큰 문제는 정쟁에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는 야당이다. 선심 쓰기에만 몰두하지 정작 기업들이 요구하는 규제완화와 지원에 대해서는 무관심하다.
기업을 적대시하는 근본의식 때문이다. 경제를 살핀다면서 반대로 발목을 잡는 이율배반적 행태를 당장 멈추어야 한다. 보기 싫더라도 여당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보고 경제 살리는 길에 함께 나서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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