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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적된 물가 인상 압력"...한국은행 "일부 기업, 질·양 줄이고 같은 값 받아"

한국은행, 주요국 물가 상황비교 발표
슈링크플레이션 배경 설명
“韓美 양국 소비자물가 반등..원인은 국제유가”

"누적된 물가 인상 압력"...한국은행 "일부 기업, 질·양 줄이고 같은 값 받아"
호주 근원상품과 근원서비스는 분기 기준. 각국 통계청,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한국은행이 12월 1일 발표한 ‘주요국 물가 상황 비교 자료’에 따르면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중반부터는 반등했다. 일부 기업들은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요청에 물건의 양이나 품질을 낮춰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했다. 이른바 슈링크플레이션이다.

지난해 중반 정점을 찍은 양국의 소비자물가는 꾸준한 둔화세를 보였지만 △국제유가 상승 △기저효과 소멸 등으로 다시 오르고 있다.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7월부터 3개월간 0.7%p 반등(6월 3.0% → 9월 3.7%)한 후 10월(3.2%)에는 소폭 떨어졌다. 정점이 미국보다 한 달 늦었던 한국은 8월부터 3개월간 1.5%p(7월 2.3% → 10월 3.8%) 높아졌다. 한국은행은 11월에는 다시 낮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해 10월 정점을 기록한 유로지역은 기저효과가 이어져 최근까지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다. 호주는 지난해 연말연휴 여행수요 여파로 소비자물가 상승률 정점을 12월(8.4%)에 기록했다. 이후 지난 7월(4.9%)까지 둔화 흐름을 이어갔지만 유가 변동에 9월 중 5.6%까지 반등한 뒤 10월 4.9%로 다시 낮아졌다.

한은은 최근 1년간 한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에 머물렀다고 설명했다. 단, 주요국과 달리 반등 시점에 농산물가격이 상대적으로 크게 올랐다. 실제 올해 한국의 채소·과일 등 농산물 가격은 폭우·폭염 여파로 8월 중 치솟았다. 추석 이후에도 생산량 자체가 줄면서 예년과 달리 높은 가격 수준을 유지했다.

10월 상승률은 미국과 유로지역에 비해 높아졌다. 10월 현재 최근 3개월간의 상승률(모멘텀)을 비교해 보면, 한국은 2.0%로 미국(1.1%)과 유로지역(0.9%)을 상당폭 웃돌았다. 품목별로 보면 주요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농산물가격 우리나라의 농축수산물은 CPI내 가중치가 높을 뿐 아니라 가격 변동성도 상대적으로 크다. 2000년 이후 월별 가격 상승률(전년동기대비, %)의 표준편차도 한국이 4.9로 미국(3.2), 유로지역(3.0)에 비해 크다.

한은은 주요국 근원물가 상승률이 더딘 둔화 흐름을 보이는 이유는 국가별 요인차가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공급충격에 따른 영향이 해소되면서 상품가격의 오름세가 크게 약화됐다. 여기에 시자의 전망 이상의 강한 성장세와 경직된 노동시장 상황이 더해져 서비스물가 상승률이 더딘 둔화세를 보였다.

유로지역의 미약한 성장세는 △공급충격의 이차효과 △높은 임금상승률 등의 결과다. 서비스물가의 높은 오름세가 근원인플레이션의 둔화 흐름을 제약하고 있다. 앤드류 배일리 BOE 총재는 “영국의 서비스 인플레이션과 임금상승률이 높은데다 팬데믹 이후 지속되는 식료품 인플레이션이 근로자의 임금인상 요구로 이어지면서 이차효과가 더 커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주요국과 달리 국내 수요압력 약화 등으로 서비스물가 상승률은 둔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누적된 비용압력의 영향으로 상품가격 상승률의 둔화 흐름은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은 팬데믹·전쟁 등으로 비용압력이 누증됐다. 또 올해 중반 이후 추가적인 공급충격이 크게 나타나면서 당초 예상보다 파급영향이 오래 지속될 수 있다.
향후 디스인플레이션이 더디게 진행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들어 유가·환율·농산물가격 상승, 공공요금 인상 등을 계기로 최근 주류, 여행·숙박 등 일부 품목에서 가격 상승 움직임이 나타났다. 일부 ‘비양심기업’들은 물건의 양이나 품질을 낮춰 실질적으로 가격을 인상하는 슈링크플레이션 행태를 보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