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나면 전세계에서 잔존하는 하마스 지도자들 암살에 나설 것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이스라엘 남부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 장갑차 한 대가 가자지구로 진입하고 있다. EPA연합
이스라엘이 이번 하마스와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고 나면 전세계를 뒤져 남은 하마스 지도자들을 제거할 계획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24일 시작된 휴전을 연장하는 협상이 결렬되자 이날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재개했다.
현재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고 난 뒤 구체적인 계획이 아직 나오지 않은 가운데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은 이스라엘이 하마스 발본색원을 위해 전쟁 뒤에도 전세계 곳곳을 뒤져 하마스의 남은 지도자들을 제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스라엘 정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의 지시로 모사드를 비롯한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이 현재 레바논, 튀르키예, 카타르 등에 은닉해 있는 하마스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 10년간 수도 도하에 하마스의 정치 대표주가 운영되는 것을 허용해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지난 수십년간 세계 곳곳에서 암살 공작을 벌여왔다. 할리우드 영화 소재로도 자주 활용됐고, 동시에 전세계에서 비판을 받아왔다.
이스라엘 정보기관의 암살자들은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여장을 하고 팔레스타인 무장세력들을 사냥했고, 두바이에서는 관광객으로 위장해 하마스 지도자를 살해했다.
또 시리아에서는 차량폭탄으로 헤즈볼라 지도자를 살해했고, 이란에서는 원격조종 소총으로 핵과학자를 암살했다.
이스라엘이 암살작전을 계획 중인 카타르, 레바논, 이란, 러시아, 튀르키예 등은 지난 수년간 미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하마스를 보호해왔다. 그동안은 그러나 외교적 마찰을 우려해 하마스 암살을 꺼려왔다.
그렇지만 이번 하마스 기습으로 시작된 가자전쟁으로 상황이 달라졌다.
지난 1997년 요르단에서 하마스 지도자 칼레드 메살을 독살하도록 지시했지만 실패했던 네타냐후 총리는 이번에 두번째 기회를 잡게 됐다.
이스라엘 정보기관들은 이번 암살 계획을 비밀리에 진행하기를 원했지만 네타냐후는 자신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이를 공개해버렸다.
그는 지난달 22일 대국민 연설에서 이스라엘 대외비밀정보국인 모사드에 "그들이 어느 곳에 있건 하마스 지도자들에 맞설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뒤이어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도 곧바로 하마스 지도자들은 지금 "시간을 빌려" 살아가고 있는 사실상 죽은 목숨이라고 공언했다.
갈란트 장관은 "그들에게는 죽음의 낙인이 찍혔다"면서 "이 작전은 가자지구 테러리스트들, 그리고 비싼 비행기를 날리는 이들을 비롯해 세계 전역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선언했다.
WSJ은 이스라엘이 대개 이런 작전은 비밀리에 진행하지만 10월 7일 하마스 기습으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나면서 명분을 갖게 돼 이번에는 공공연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전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1972년 뮌헨 올림픽 당시 이스라엘 선수들과 감독 11명이 팔레스타인 테러 공격으로 숨지자 공공연하게 이들을 암살하고 다닌 바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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