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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증금 못받아 퇴거 안한 세입자, 점유기간 기존 월세만 낸다

대법 "계약 기간 만료됐더라도
보증금 반환까지 기존계약 따라야"
부당이득금 지급 원심판결 뒤집어

상가 임대차 계약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계속 건물을 점유했다면 세입자는 그 기간에 해당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해야 할까.

대법원 1부(주심 오경미 대법관)는 A사가 건물주 B씨를 상대로 낸 임대차보증금 반환 소송에서 원심 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3일 밝혔다.

B씨는 2020년 4월 A사가 입주한 건물을 사면서 A사가 전 주인과 맺은 임대차 계약을 연장했다. 당시 보증금은 4200만원, 월세 420만원으로, 연장된 계약은 2020년 11월 1일부터 2021년 10월 31일까지였다.

그런데 B씨는 재건축을 이유로 A사의 계약 갱신을 거절하면서 분쟁이 생겼고, A사는 2022년 2월 28일까지 건물을 사용하다 퇴거했지만 보증금은 돌려받지 못했다. 계약 만료일로부터 약 4개월이 흐른 시점이었다.

이후 A사는 B씨를 상대로 남은 보증금을 돌려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A사는 부동산을 인도한 2022년 2월 28일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것으로 보고, 그에 따른 차입금을 공제한 3780만원과 이에 대한 지연손해금을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B씨는 이 사건 부동산의 사용·수익에 따른 부당이득금을 반환할 의무가 있다며 맞섰다.

이 사건은 임대차기간 종료 후에 임차인이 임대보증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임대차관계가 존속하는 것으로 의제되는 경우, 임차인은 임대인에게 약정 차임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 또는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즉, A사가 계약 종료 후 건물을 사용한 4개월간의 월세를 얼마로 볼 것인가가 문제가 됐다. A싸는 계약으로 정한 월 420만원이라고 봤지만, B씨는 건물을 무단 점검한 것이라 이로 얻은 부당이득금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경우 계약과 무관하게 시세 기준으로 월세를 다시 산출해야 한다.

1심과 2심은 B씨 주장을 받아들여 시세에 따라 새롭게 계산한 월세 1300여만원을 보증금에서 공제해야 한다고 선고했다.
임대차기간이 종료된 이후에도 이 사건 건물을 계속 점유, 사용해 그에 상당하는 이익을 얻고, 이는 B씨에게 상당한 손해를 끼친 것이라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뒤집었다.

대법원은 "임대차가 기간만료나 당사자의 합의, 해지 등으로 종료된 경우 보증금을 반환받을 때까지 임차 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면서 사용·수익한 임차인은 종전 임대차 계약에서 정한 차임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할 뿐"이라며 "시가에 따른 차임에 상응하는 부당이득금을 지급할 의무를 부담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