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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해줄게" 외국기업 오라는 시진핑.. "속지마" 對中투자 뜯어말리는 월가[글로벌 리포트]

시 주석, 대내외 공식 자리마다 "시장개방 확고히 추진" 강조
토종기업과 차별 안둔다면서도 방첩·반독점법·블랙리스트 등 정작 우려 해소 노력은 안보여

"잘해줄게" 외국기업 오라는 시진핑.. "속지마" 對中투자 뜯어말리는 월가[글로벌 리포트]

【파이낸셜뉴스 베이징=정지우 특파원】 중국이 외국 기업의 투자를 확대하겠다며 연일 선전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기업이 중국에서 토종 기업과 차별을 받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개선하고, 중국과 함께 발전할 수 있게 다양한 지원책도 이어나겠다는 것이 골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사진)은 경쟁국 미국에서 기업가들과 만나 "중국은 미국의 동반자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돼 있다"면서 사실상 투자를 직접 호소하기도 했다.

그러나 외국 기업들과 국가들의 반응은 아직 시큰둥하다. 수치로나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는다. 반간첩법 등 외국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을 해소해 주는 것이 아니라, 중국 입장에서 내놓은 대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마저도 오래전부터 약속했던 사안들의 중복·반복이다. 따라서 중국이 실제 시장 개방을 하려는 의지가 있는지, 외국 자본의 유입을 원하고 있는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진핑 직접 나선 '외국 투자'

중국 정부의 외국 기업에 대한 '당근' 정책 혹은 발언들은 과거처럼 특정 부처나 기관이 맡기보다는 시 주석을 중심으로 전방위적으로 진행되는 모양새다.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시 주석은 지난 2일 '2023년 중국을 읽고 이해하다' 국제회의(광저우)에 축하 편지를 보내 "우리는 높은 수준의 개방으로 고품질 발전을 촉진하고 시장 지향적이고 합법적이며 국제화된 비즈니스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각국과 손잡고 평화적 발전, 상호 이익 협력, 공동 번영의 세계 현대화를 위해 노력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7일 열린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10차 집단학습에서도 "법치는 최고의 비즈니스 환경으로, 개방적이고 투명하게 외국 관련 법률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며 "지식 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외자 기업의 합법적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11월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기간 중 미 기업 총수들과 따로 가진 만찬 자리에선 서면 연설을 통해 "중국은 문을 활짝 열고 높은 수준의 대외 개방을 확고히 추진하며 외국인 투자를 위한 고품질 서비스 정책을 유지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 상공계가 중국식 현대화 과정에 적극 참여하고 중국의 고품질 발전이 가져올 거대한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외국 투자를 언급하는 것은 중국의 경제 상황과 관련이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15일 발표한 고정자산투자(1~10월)를 보면 전년 동기대비 2.9%로 올해 2월 5.5% 이후 8개월 한차례도 반등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국내 기업의 고정자산투자가 1년 전과 견줘 3.2% 증가하며 전체 지표의 하락을 막았다. 외국 기업은 0.9%에 그쳤고, 홍콩·마카오·대만 기업의 고정자산투자는 오히려 3.1% 감소했다.

또 중국 상무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1∼10월 중국에 대한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작년과 비교해 9.4% 줄었다. 중국은 1월부터 직전 달까지 누적 FDI 통계만 발표할 뿐 월간 수치는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시장 조사기관 윈드(Wind)가 자체 분석을 통해 지난 9월 한 달간 FDI가 34% 급감했다고 밝힌 점, 상무부의 공식 1~9월 FDI가 -8.4%였던 점 등을 고려하면 10월의 월간 FDI는 9월보다 감속 폭이 커졌을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가 있다.

이런데도 중국 상무부는 세부항목은 숨긴 채 "전반적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장기화 추세는 변하지 않는다"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지난 1일 정례 브리핑 때 관련 질문에 "모든 국가 상공업계 친구들이 중국에 계속 투자하고 중국에 진출하며 중국의 고품질 발전과 높은 수준의 개방이 가져온 새로운 기회를 공유하는 것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중국 투자 위험" 경고 글로벌 여론

하지만 국제 여론은 대중국 투자를 놓고 여전히 부정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 직원들과 군인들의 퇴직금을 관리하는 TSP(Thrift Savings Plan)의 투자위원회는 최근 자체 대규모 국제주식 펀드가 중국과 홍콩을 제외한 글로벌 MSCI 벤치마크를 추종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일 "중국에 투자하는 것이 이렇게 위험한 적은 없었다"며 중국과 미국 관계가 더 악화하고 중국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올해 더 분명히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WSJ에 따르면 지난 8월 이후 국제 투자자들은 중국 상하이·선전 거래소의 A주 투자 자금 중 240억달러(31조4000억원) 이상을 빼내 갔다. 이는 2014년 홍콩과의 연계를 통해 중국 본토의 A주 투자가 가능해진 이후 해외자금 순유출로는 최대 규모이자 가장 지속적인 흐름이다.

몇몇 주요 월스트리트 은행의 전략가들은 중국 주식을 매각한 헤지펀드와 액티브 펀드 대부분이 중국의 성장 전망과 미중 관계가 크게 개선되기 전에는 복귀할 가능성이 적다고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 미국과 대만에서 각각 대통령 선거와 총통 선거가 있어 지정학적인 복잡성이 지속될 것이라고 투자자들에게 경고했다.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12일 보고서에서 매우 가혹한 시나리오 하에서 투자자들이 중국 주식 1700억달러(222조원)어치를 더 팔 수 있다고 내다봤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경제의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우려로 중국 가계와 민영기업들을 중심으로 올해 들어 한 달에 500억달러(약 64조7000억원)가량을 해외로 반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영국 BBC방송은 중국 국제수지 잠정치를 인용, FDI를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인 직접투자부채가 지난 3·4분기에 118억달러(약 15조3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외국기업들이 수익을 중국 내 재투자하기보다는 중국에서 빼고 있다는 뜻이다. 방송은 "지난 1998년 해당 통계를 시작한 이후 처음 나타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스위스 산업 장비 생산업체인 올리콘은 중국에서 지난해에만 2억7700만달러(약 3611억원)의 자금을 회수했다. 주중 유럽연합(EU) 상공회의소는 중국에서 발생한 수익을 중국에 재투자하는 대신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외국으로 돌리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고 풀이했다.

■中입맛대로 '당근책'이 문제

외국인들이 투자를 꺼리는 것은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외치는 중국의 겉모습과는 별도로 감내해야 할 위험 요소가 산재해 있다는 점도 있다.

반간첩법(방첩법), 반독점법, 외국 기업 블랙리스트 제도, 데이터3법(사이버보안법·데이터보안법·개인정보보호법) 등은 외국 기업이 우려하는 대표적 중국의 법·제도로 꼽힌다. 이미 글로벌 컨설팅 회사 캡비젼, 베인 앤 컴퍼니, 민츠그룹 등이 관련 혐의로 조사를 받았으며, 일부 관계자들은 체포됐다. 미국이 시 주석과 조 바이든 대통령의 APEC 정상회담을 앞두고 재닛 옐런 재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을 중국에 보냈을 때도 이 문제가 의제 중 하나로 설정됐다.

중국이 제시한 외국인 투자 유인책이 새로울 것이 없는 재탕·삼탕식 백화점식 나열에 불과하다는 문제도 있다.

중국 최고 행정부인 국무원이 올해 8월 발표한 '외국인 투자 환경 개선과 외국인 투자 확대에 관한 의견 24개 조치'에서 내·외국인 동등한 보장의 경우 2017년 1월 공개된 '대외개방과 외자유치 확대 통지'에 먼저 들어가 있다. 또 2019~2020년 중국의 외국인투자 기본법인 '외상투자법'과 관련 조례에서도 외투 기업을 차별 대우해선 안된다고 못을 박았다.

최소 7년 이상 같은 약속을 반복적으로 언급해왔지만, 중국조차도 아직 차별이 만연해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중국 상무부 외자사 웨이웨이 국제협력과장은 지난달 21일 베이징에서 열린 '중국 진출 한국기업 대상 무역투자정책 설명회'에서 "내·외자 기업이 동등하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차별적 정책·제도에 대한 정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피력했다.

외국 투자가 중국에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도 마찬가지다. 이 약속은 검색 가능한 2010년부터 중국이 수차례 외국 투자 당근책으로 제안했다. 당장 지난해 10월에도 국가발전개혁위원회와 상무부 등 6개 부처는 R&D센터 건립 지원으로 외국 투자 품질을 향상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적격외국유한파트너(QFLP)의 국내 투자 시범 프로젝트를 구현하고 QFLP 외환 관리 촉진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것은 2021년 1월 무역·투자 편리화 개혁 차원에서 QFLP 시범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범위를 확장할 것이라는 발표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식재산(IP) 보호 강화는 2019년 '외상투자법 시행조례'를 통해 지식재산 침해와 관련한 손해배상제도를 마련하고, 외국인의 지식 재산권 보호에 힘쓰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외국인 투자 프로젝트 추진 확대는 2020년 3월 공개됐다.
외국인 투자자의 역내 이익 재투자에 대한 원천 소득세 한시적 면제는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중국 대형 로펌의 한 변호사는 "(반간첩법은) 소극적 의무가 아니라 적극적·법적인 의무"라며 "(외국기업) 블랙리스트 제도는 상무부가 앞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고 한국 기업도 걸릴 수 있다. 데이터 3법은 중국에서 일하는 외국 기업뿐만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jjw@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