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차이나’ 인도에 주목해야
‘모디노믹스’로 6~8%대 고성장 이어가
인구 평균연령 28세 ‘젊고 풍부한 노동력’
경제 개혁·넓은 내수시장 등 中 대체 충분
한류 등으로 한국에 대한 호감도가 커지면서 뉴델리에 위치한 한국 매장에는 인도 고객들로 넘쳐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약 100억 달러(99억 73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 사진=김홍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구르가온(인도)=김홍재 기자】 올해 인구수 14억 2800만명으로 중국(14억 2500만명)을 넘어서 세계 최대 인구 대국으로 올라선 인도의 수도 뉴델리는 활기가 넘쳤다. 고령화로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중국과 달리 인도의 인구 절반가량은 30세 이하 젊은 층으로 뉴델리의 최고급 상업 지구인 에어로시티에 위치한 상점과 도로에는 상업 활동을 하는 젊은 비즈니스맨들로 넘쳐났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주도하는 '모디 노믹스'로 경제성장률도 코로나 사태 이후 6~8%대의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도 인도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유일하게 6~7%대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며, 오는 2027년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미국, 중국에 이어 세계 3대 경제대국(G3)으로 부상할 것으로 글로벌 연구기관들이 예측하고 있다. 이는 중국이 코로나 이후 성장률이 지난해 3.0%, 올해도 4~5%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는 것과는 대비된다.
■모디 노믹스, 젊은 인력 매력적 요인
미중 갈등과 글로벌 경기 침체로 중국의 성장률이 하락하고, 인구마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인도는 중국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국내 대표 기업인 현대자동차 인도 법인과 한국무역협회 뉴델리 지부가 있는 구르가온으로 향했다. '인도의 판교'라 불리는 구르가온은 현대차, 삼성전자, 구글, 페이스북 등 글로벌 기업들이 운집해 있는 곳이다. 교통 혼잡이 극심한 뉴델리를 벗어나 1시간가량 차로 달리자 6층 건물의 현대차 인도 법인이 눈에 들어왔다. 현대차는 국내 진출 기업 중 유일하게 자체 건물을 가지고 있었다.
김언수 현대차 인도아중동대권장은 인도 시장에 대해 "모디 총리가 2014년 집권한 이후 'Make in India'를 슬로건으로 내걸면서 미중 갈등 속에서 탈중국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면서 "모디 정부의 경제개혁과 중국을 넘어선 인구를 바탕으로 한 내수시장, 평균연령 28세의 젊은 인력 등을 감안할 때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디 정부는 집권 이후 신속한 정책, 책임 있는 정부를 모토로 기업환경 개선과 부정부패 척결을 전면에 내세웠다. 특히 2020년 'Make in India'의 2.0 버전인 '자주 인도'(Self Reliant India) 정책을 통해 제조업 육성을 추진 중이다. 2021에는 14개 주요 산업분야를 대상으로 260억 달러(약 34조원) 규모의 '생산연계 인센티브'(PLI)를 발표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글로벌 공급망 중심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선정 기업이 매출, 투자액 등 약정한 목표 달성 시 4~6년간 수출액 또는 매출액의 일정 비율을 인센티브로 지급하는 것으로, 제조업 육성과 첨단기술 유치를 목적으로 하고 있다. 주요 분야는 전기전자, 제약, 자동차 및 부품, 전기차, 통신기기, 철강 등으로 올해 6월 기준 733개 기업이 선정됐으며, 투자 규모는 455억 달러(약 59조 원)에 이른다.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도 회계연도 2020년 4~2021년 3월 기준 565억 달러, 2021~2022년 588억 달러에 이른다.
■반도체,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유치
인도는 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 산업 유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뉴델리 에어로시티에서 만난 빈준화 코트라 서남아시아지역본부장은 "올들어 9월까지 대인도 무역수지는 83억 2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으며, 지난해 연간 기준으로 약 100억 달러(99억 7300만 달러)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면서 "인도 정부 입장에서는 100억 달러 적자를 보고 있는 셈이어서 한국의 반도체, 이차전지, 수소에너지 등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의 투자 참여를 요청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디 정부는 첨단산업 유치를 위해 지난해 12월 반도체 설비 지원을 목적으로 100억 달러(약 13조 4000억원) 규모의 인센티브 기금을 마련했다. 반도체 공장을 신설할 경우 비용의 최대 70%(중앙정부 50%, 주정부 20%)를 지원한다. 이에 미국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은 지난 9월 모디 총리의 고향인 고자라트주에서 반도체 패키징 공장 착공식을 가졌다. 약 37만 6000㎡ 규모의 반도체 공장 건설에 27억 5000만 달러(약 3조 7300억 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마이크론은 내년 12월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인도 공장에서 최신 기종인 '아이폰 15'를 생산하는 애플도 앞으로 5년 내 생산 규모를 현재의 5배인 40억 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며, 애플의 협력 업체인 폭스콘도 5년간 인도에 20억 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전기차 업체인 테슬라는 2년 내 20억 달러를 투자해 인도 전기차 공장을 건설할 것으로 전해졌다.
글로벌 기업들의 인도 진출이 가속화되면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도 인도 진출을 저울질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에 진출한 업계 관계자는 "인도의 전력, 용수 등 기반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마이크론의 반도체 후공정 작업인 패키징 양산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 반도체 기업들도 인도 진출을 고민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조업 부족·열악한 인프라는 과제
모디 정부가 제조업 강화를 위해 집권 이후 많은 지원을 하고 있으나 여전히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7%를 밑돌고 있다.
2017~2018 회계연도 기준 16.6%를 차지하던 제조업의 GDP 비중은 2020~2021 코로나 기간에 14.4%까지 하락한 뒤, 2021~2022 회계연도에 15.4%로 소폭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2021년 기준 중국 GDP에서 제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7.4%에 이르고, 중국 제조업이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30%에 달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영호 한국무역협회 뉴델리 지부장은 "인도 전체 산업에서 제조업 비중이 여전히 낮아 고용 창출, 소득 양극화 해소 등 선순환 구조로 이어지는데는 한계가 있는게 사실"이라면서 "모디 정부가 매일 몇십 km의 고속도로를 깔고 있다고 하지만 부족한 도로, 전력, 용수 등 인프라 문제를 단기적으로 개선하는게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내 기업의 인도 진출시 주정부(28개)의 승인 없이는 공장설립 등에 어려움이 발생할 수 있어 각종 규제 등에 관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 지부장은 "2005년 인도에 일관제철소를 건설하려던 포스코가 오디샤주 정부와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도 주민들과의 보상, 환경 문제 등으로 2017년 적자만 낸채 무산된 적이 있다"면서 "인도 기업 인수합병(M&A)시에도 고용승계 등 규제를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hjkim@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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