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국산 비중 91%로 더 늘어
공급처 다변화 말로만, 실천 못해
최근 중국 세관이 한국으로의 요소 수출 통관을 돌연 보류한 가운데 4일 경기도 고양시의 한 주유소에 사용 후 비어있는 요소수 통이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중국 통관당국이 한국으로 들어오는 요소 수출을 갑자기 막으면서 국내 시장에 수급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주말에 이어 4일에도 부랴부랴 긴급회의를 갖고 대응책을 논의했다. 정부는 3개월분 재고는 충분하다며 지나친 우려를 경계한다고 밝혔지만, 제2 요소수대란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중국 당국의 요소수 수출통제로 국내 산업계가 대소동을 겪었던 때가 2년 전이다. 자원개발의 필요성과 원자재 공급처 다변화의 교훈을 뼈저리게 느꼈으면서도 그동안 대체 무슨 대비를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중국이 한국행 요소 물량을 붙잡고 있다는 보고가 나온 것은 지난달 말부터였다고 한다. 심지어 수출심사를 다 끝내고 마지막 선적 단계에서 통관이 보류된 경우도 있었다. 보고를 받은 정부가 여러 채널을 통해 중국 정부에 확인했지만 중국 측은 딱 부러진 대답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요소 수출제한과 관련해 공식 조치를 취한 적 없다는 애매한 답변만 했다고 하는데 이런 풍경이 아주 낯선 것도 아니라고 본다.
일각에선 요소 시장 큰손인 인도가 전 세계 주요국의 요소를 대거 사들이자 중국이 수출물량을 줄인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하지만 돌연 수출을 막은 이유가 어찌 됐건 파장을 중국이 몰랐을 리 없다. 요소수는 주로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을 줄이는 데 사용되는 촉매제다. 2년 전 파동 당시 국내 요소수 가격은 10배 이상 급등했다. 곳곳에서 화물차 운행이 중단되는 대혼란이 벌어졌다.
중국은 미국의 자국 배제 움직임에 이미 노골적으로 자원무기화를 선언한 바 있다. 중국은 핵심광물 수출통제를 국가안보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지난 8월 갈륨, 게르마늄의 수출통제를 시작했고 지난달엔 희토류, 이달 들어선 흑연까지 수출신고제 품목에 올렸다. 이들 원자재는 반도체, 2차전지 핵심재료들이다. 이 품목들의 수출통제 조건은 당장 국내 기업이 피해를 볼 정도는 아니지만 향후 중국의 태도가 돌변할 수도 있는 것이 문제다. 지금 눈앞에 벌어진 요소수 사태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산 원자재 비중을 낮추는 일은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절박한 과제가 됐음에도 우리의 대응은 안일했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요소수 중국산 비중은 2년 전 71%에서 지난해 67%로 낮아졌으나 올 들어선 91%까지 치솟았다. 리튬, 코발트, 흑연 등 핵심광물도 80% 이상이 중국산이다. 베트남이나 호주 등 다른 공급처가 있었는데도 중국산을 포기하지 못했던 것은 비용 때문이다. 영세기업들이 사력을 다해 신규 공급처를 모색했다가 결국 가격 때문에 중국으로 돌아선 경우가 허다했다고 한다. 정부가 이런 현실을 반영해 실효성 있는 지원책을 내놨어야 했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새 무역활로를 열어주고 비용지원 방안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중단된 해외자원개발을 복원하는 일도 시급하다.
미국은 중국산 핵심광물을 쓰면 각종 보조금 지급대상에서 제외하는 정책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이뿐 아니라 중국 밖에서 설립된 합작사에 중국 지분이 25% 이상인 기업에도 혜택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공세를 높인다.
유럽연합(EU)의 기류도 이와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와 기업이 더 빨리 움직여야 한다. 공급망 다변화와 장기적으로는 핵심광물 대체재 개발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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