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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전 볼리비아대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수십년 쿠바 위해 일 해"

[파이낸셜뉴스]
美 전 볼리비아대사, 스파이 혐의로 체포..."수십년 쿠바 위해 일 해"
메릴 갈란드 미국 법무장관이 8월11일(현지시간) 워싱턴 법무부 청사에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미 법무부는 4일 마이애미 법원에 제출한 공소장에서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지낸 빅터 마누엘 로차가 쿠바를 위해 수십년 간첩행위를 했다고 밝혔다. 로이터연합

-국무부 중남미통, 40년 넘게 암약
-수십년동안 중남미 미 대사관에서 일해
-전 주파나마 미 대사 "아카데미상 받을 정도의 연기"

미국 전 고위 외교관이 쿠바 정보기관을 위해 수십년간 스파이 활동을 해온 혐의로 체포됐다.

미 정부 내 간첩혐의자로는 최고위층인데다, 가장 오랫동안 간첩행위를 해 온 인물이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4일(이하 현지시간) 주볼리비아 미국 대사를 지낸 빅터 마누엘 로차가 1일 미 연방수사국(FBI)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이날 공개된 기소장에 따르면 73세의 로차 전 대사는 최소한 1980년대부터 지금까지 쿠바를 위해 은밀하게 간첩활동을 해왔다.

미 검찰은 소장에서 "로차가 쿠바공화국을 비밀리에 지지하면서 은밀하게 미국을 상대로 정보 수집 임무를 해왔다"면서 "그는 쿠바 정부기관의 비밀 요원으로 일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 따르면 로차는 그 일환으로 미국에 가짜 정보를 제공했고, 해외에서 쿠바 비밀 요원들을 만나왔다.

플로리다주 마이애미 법원에서 4일 열린 법원 심리에 로차는 죄수복을 입고 출두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전직 외교관들은 로차의 간첩행위는 쿠바 정보 당국에 미 정부가 뚫린 최악의 사건이라면서 쿠바를 위한 간첩행위로 2002년에 유죄를 선고 받은 전 국방부정보국(DIA) 쿠바 담당 선임 애널리스트 아나 벨렌 몬테스 사건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몬테스는 올해 출소했다.

존 필리 주파나마 미국 전대사는 "이는 당시 사건보다 10배는 더 죄질이 무겁다"면서 "쿠바에는 (미국에 대항하는) 위대한 쿠데타가 됐다"고 말했다.

필리 전대사는 자신이 외교업무를 시작했을 때 로차가 자신의 멘토 역할을 했다면서 "그는 거의 모든 기밀에 접근이 가능한 상태에서 쿠바를 위해 일했다"고 비판했다.

로차는 주로 중남미 미국 대사관에서 일했다.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도미니카공화국, 온두라스, 멕시코 대사관 고위직을 지냈고,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C)에서는 미주지역 국장을 역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그는 1995~1997년 쿠바 수도 아바나의 미 대표부 차석을 지내기도 했다.

로차는 1981년 국무부에 들어가 미국이 이른바 콘트라 반군을 지원하던 당시 온두라스 데스크에서 일했다. 당시 미국은 중앙정보국(CIA) 주도로 비밀리에 온두라스 인접국인 니카라과의 산디니스타 공산정권 반대세력인 콘트라 반군에 무기를 지원했다.

로차는 또 2006~2012년에는 미군과 중남미 국가들간 관계를 감독하는 미 남부사령부 사령관 선임 보좌관으로 일하기도 했다.

한편 로차는 지난 2년간 쿠바 비밀요원 행세를 한 FBI 위장요원과 3차례 접촉하면서 꼬리가 잡혔다.

FBI 위장요원은 그와 3차례 만나면서 당시 상황을 녹음하고 촬영했다.

당시 녹음에 따르면 특히 로차는 이 위장요원을 만났을 때 자신이 '우익의 전설적인 인물'을 만들어냈다고 자랑했다.

로차와 30년을 알고 지낸 필리는 마이애미에서 자신의 전 멘토와 결별했다면서 그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인 것으로 보여 교류를 끊었다고 말했다.

필리는 "로차는 (그 훌륭한 연기로) 오스카상을 받을 자격이 있다"면서 "그러나 그는 대신 교도소에 가게 됐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