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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유가 부양 안간힘 "내년에도 감산 연장 가능"

사우디 석유 장관, 내년 1분기 지나도 '필요하면 감산 연장' 강조
러시아 감산 설득 실패, 일부 OPEC+ 국가는 증산 분위기
美 생산량 역대급으로 증가...감산해도 유가 부양 미지수

사우디, 유가 부양 안간힘 "내년에도 감산 연장 가능"
2019년 10월 12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에서 사우디 국영 석유기업 아람코의 직원이 회사 석유 저장시설 옆을 지나고 있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유가 부양을 위해 다른 산유국과 손잡고 석유 감산에 나선 사우디아라비아가 내년에도 감산합의를 이어갈 수 있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다른 산유국, 특히 미국이 생산량을 기록적으로 늘리는 가운데 뜻대로 유가를 지킬 지는 미지수다.

미국 경제매체 CNBC에 따르면 사우디에서 에너지 장관을 맡고 있는 압둘 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4일(이하 현지시간) 인터뷰에서 감산 합의를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내년 1·4분기 이후에도 필요하다면 감산을 "절대적으로"으로 지속할 수 있다며 합의가 이행된다고 자신했다.

압둘 아지즈는 "솔직하게 220만배럴 감산이 이뤄질 것이라고 믿는다"며 해당 감산으로 "보통 1·4분기 발생하는 일반적 재고증가를 극복할 수 있다고 분명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사우디아라비아를 포함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13개 회원국과 러시아 등 10개 비(非)OPEC 산유국들이 모인 OPEC+는 코로나19 창궐 이후 세계적으로 석유 수요가 줄자 2020년 초부터 대대적인 감산에 나섰다. OPEC+는 지난해 8월까지 생산 규모를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올렸으나 같은해 10월부터 유가 방어를 이유로 다시 감산을 확대했다. 이어 올해 4월에 감산 규모를 더 늘렸다. 사우디는 지난 7월에 OPEC+와 상의 없이 자발적으로 감산 규모를 더 늘리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9월 발표에서 올해 말까지 감산 체제를 유지한다고 못을 박았다. 러시아는 지난 3월에 일평균 50만배럴씩 감산하고 8월부터 석유 수출을 일평균 50만배럴 줄였으나 9월에 수출 제한 규모를 일평균 30만배럴로 조정했다.

OPEC+는 지난달 30일 정례 장관급 회의를 열었다. 사우디는 이번 회의에서 내년 1·4분기까지 일평균 100만배럴의 자발적 감산을 연장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같은 기간 추가 감산 없이 일평균 30만배럴의 수출 제한을 유지하고 일평균 20만배럴 규모의 석유 관련 제품 수출을 추가로 줄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OPEC+는 사우디의 자발적 감산을 포함해 내년 1·4분기까지 일평균 220만배럴을 감산한다고 합의했다.

압둘 아지즈는 러시아가 적극적으로 감산에 나설 수 있도록 설득했으나 실패했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질적인 조건 및 날씨로 인해 겨울에 석유 생산을 오랫동안 줄이면 생산을 재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압둘 아지즈는 러시아가 생산을 줄이지는 않지만 수출 억제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러시아가 "정석대로 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강조했다. 4일 러시아 매체들에 따르면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이번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한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향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만날 예정이다. 러시아 정부는 방문 목적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으나 중요한 협상이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사우디의 감산 노력에도 유가 전망에 회의적이다. 4일 미국 시장에서 거래된 1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4% 떨어진 배럴당 73.04달러였다. WTI 시세는 지난달 30일 OPEC+ 회의 이후 3거래일 연속으로 떨어졌다.

미 외환 및 자산 중개업체 오안다의 크렉 엘람 선임 시장 분석가는 "OPEC+의 자발적 감산 합의는 조금도 과장하지 않고 믿음이 가지 않는다"라며 "유가는 그때 이후 계속 하락세"라고 지적했다. 그는 "시장은 내년에 글로벌 경기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OPEC+의 발표는 충분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OPEC+ 회원국들이 이번 합의를 지킨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이미 앙골라는 내년 1월부터 정해진 생산량인 일평균 111만배럴을 넘겨 일평균 118만배럴의 석유를 생산한다고 예고했다.

또한 세계 최대 산유국이자 OPEC+에 가담하지 않은 미국이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미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해 전 세계 석유 생산의 21%를 차지해 사우디(13%)와 러시아(10%)를 합한 것과 비슷한 양을 뽑아냈다. 지난달 30일 EIA에 의하면 미국의 9월 석유 생산량은 일평균 1324만배럴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특히 셰일 석유가 생산되는 노스다코다주의 생산량이 크게 늘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