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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막차 떠났나… 은행권 '억소리 퇴직금' 손본다 [당국 눈치보는 은행]

이달 말 희망퇴직 접수 앞두고
성과급 잔치·이자장사 여론 눈총
예년처럼 3억~4억원 지급 부담
파격적인 퇴직 조건 축소될듯

희망퇴직 막차 떠났나… 은행권 '억소리 퇴직금' 손본다 [당국 눈치보는 은행]


매년 '억' 소리 나던 은행 희망퇴직금이 올해는 예년 수준을 밑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은행이 손쉽게 이자장사를 했다는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데다 2조원에 달하는 상생금융 압박 등 은행권을 바라보는 금융당국의 시선도 곱지 않은 만큼 노사 간 협상 분위기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된다.

■4대 시중은행 희망퇴직 규모 눈치게임

5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중 올 연말 희망퇴직 조건과 시기를 확정한 곳은 농협은행뿐이다. 농협은행은 지난달 10년 이상 근무한 만 40~56세(1983~1967년생)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신청받았다. 56세 직원에게는 월평균 임금 28개월치를 제공하고 40~55세 직원에게는 20개월치 임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지난해 같은 연령 직원에게 최대 39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것과 비교해 퇴직금 규모가 줄어든 것이다.

4대 은행에서는 희망퇴직 시행 여부와 시기·규모·조건을 아직 결정하지 않았다. 올해 7월까지 713명, 3232억원 규모로 희망퇴직을 실시한 국민은행은 현재 세부사항을 검토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15년 이상 근무한 만 40세 이상(1983년생 이전 출생) 직원에게 희망퇴직을 실시한 후 연말 추가로 희망퇴직을 실시할지, 조건은 어떻게 할지 아직 논의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 8월 연차와 직급에 따라 9~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준정년 희망퇴직'을 운영 중인 하나은행도 아직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통상 1, 7월에 실시하는데 연말 추가로 할지 말지 내부논의 중이다. 우리은행 또한 미정이다. 우리은행은 1년 전 관리자·책임자·행원급에게 희망퇴직을 신청받아 1967년생에게는 24개월치, 1968년생 이후 출생 직원에게는 36개월치 임금을 지급한 바 있다.

당초 은행 희망퇴직금은 '억' 소리 난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회 정무위 소속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은행권 희망퇴직자의 평균 퇴직금은 5억5200만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퇴직자의 평균 퇴직금(3억5600만원)보다 2억원 가까이 많은 것이다.

■비판 의식해 임금인상률도 낮아져

노사협의가 진행 중인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예년만큼 높은 수준의 퇴직금을 지급하기 어렵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높아진 금리에 앉아서 돈을 벌었다는 곱지 않은 비판적 여론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공개된 '은행 경영현황 보고서'에 18개 은행 임직원 1인당 평균 근로소득이 1억541만원인 것으로 나타나 '은행의 돈잔치' 비판이 일었다. 급여와 상여금이 각각 8237만원, 2147만원으로 전년 대비 각 7.11%, 5.42% 오른 금액이다.

작년 이상의 이자수익에도 오히려 낮아진 임금인상률이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지난 10월 금융노조(전국금융산업노조)와 사용자 대표기구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임금인상률을 총액임금 2%로 하는 데 최종 합의했다. 지난해 합의한 임금인상률(3%)보다 1%p 낮고, 2020년(1.8%) 이후 3년 만에 최저 수준이다.

금융당국이 대내외 관심이 높은 희망퇴직금 공시를 강조한 영향도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지난 6월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개선 TF회의에서 "이자이익, 수수료 이익뿐 아니라 대내외 관심도 높은 임원 및 직원 경영성과급, 희망퇴직금 등의 산정기준과 과거 대비 주요 변동원인을 상세히 설명해야 한다"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방은행과 국책은행에서도 "희망퇴직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IBK기업은행은 "현재 타 공공기관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희망퇴직 추진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정부와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보통 이맘때면 희망퇴직 신청 공지가 올라와 신청을 시작하는데 아직 조건 확정도 안 된 상황"이라고 전했다.

dearname@fnnews.com 김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