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데이트와 관련해 충분한 설명 안 해…위자료 7만원 배상"
[쿠퍼티노=AP/뉴시스]미국 뉴욕에 있는 애플 매장 모습.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심에서 소비자가 패소했던 애플 손해배상 소송이 2심에서 뒤집혔다. 서울고법 민사12-3부(박형준·윤종구·권순형 부장판사)는 6일 아이폰 사용자들이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들의 정신적 손해와 관련해 7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애플이 업데이트를 통해 성능이 저하될 수 있다는 사실을 미리 고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들어 배상 책임이 있다고 봤다. 재판부는 "원고들은 아이폰 운영체제(iOS) 업데이트가 아이폰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신뢰했을 것"이라며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 하더라도 아이폰의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것인 이상 애플이 소비자에게 업데이트 설치 여부를 스스로 선택하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봤다.
그러면서 "애플은 이러한 중요사항에 관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고, 이는 고지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원고들은 설치 여부에 관한 선택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으므로 애플은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애플이 원고들에게 7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시했다. 원고들은 1인당 재산상 손해 10만원, 정신적 손해 10만원 등을 청구했지만, 재산상 손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애플코리아의 경우 업데이트 개발·배포에 관여했다거나 고지의무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애플 본사에만 책임을 물었다.
다만 애플이 iOS 업데이트를 통해 기기에 영구 손상 등을 줬다고 판단하진 않았다. 재판부는 "업데이트를 통한 성능 조절 기능은 전원 꺼짐 가능성이 있는 일정 조건에서 그러한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CPU, 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고, 전원 꺼짐 가능성이 없는 상황에서는 성능이 조절되지 않았다"며 "기기 업데이트로 인해 영구적으로 아이폰 성능을 제한받게 됐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성능조절 기능이 상시적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점 등에 비춰 업데이트로 인해 기기가 훼손됐거나 업데이트가 악성프로그램에 해당한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애플은 지난 2017년 iOS를 업데이트하면서 아이폰의 성능을 의도적으로 저하시켰다는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이에 애플은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면 스마트폰이 갑자기 꺼질 수 있어 속도를 줄이는 방식으로 전력 수요를 감소시켰다고 설명했지만 전 세계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는 병합 사건을 포함해 6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소송에 참여했다. 그러나 1심에서 패소하자 원고 중 일부만 항소를 제기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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