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일 오후 8시 19분쯤, 서울 강남구 한 도로에서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던 신모(28)씨가 교통사고를 낸 후 구호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이탈하는 모습. /사진= 서울중앙지검 제공
[파이낸셜뉴스] 마약사범이 1년 사이 50% 가까이 증가하면서 약에 취한 채 운전을 하는 이른바 '약물 운전'도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약물 운전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회에서는 약물 운전 단속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돼 향후 처리 여부가 주목된다.
6일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에 따르면, 올해 1~10월 마약사범 단속 인원은 2만2393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단속된 1만5182명에 비해 47.5% 증가했다.
마약사범의 증가와 함께 약물에 취해 운전을 하다 면허 취소 처분을 받은 사례도 급증하고 있다. 경찰청에 의하면 약물 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된 사례는 2019년 58건, 2020년 54건, 2021년 83건, 2022년 81건, 2023년(1~10월) 82건으로 4년 동안 41%가 증가했다.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도 '약물 운전'
이른바 '압구정 롤스로이스' 고통사고로 피해자를 뇌사 상태에 이르게 한 사건도 약물 운전의 사례 중 하나다. 이 사건 피의자 신모(28)씨는 지난 8월 2일 오후 8시 10분께 서울 강남구 신사동 압구정역 인근 도로에서 차량을 운전하다 인도에 있던 20대 여성 배모씨를 들이받아 뇌사 상태에 빠트리고 구호 조치 없이 도주한 혐의(특가법상 도주치상 등)로 지난 9월 구속기소됐다. 이 사건 피해자는 지난달 27일 사건 발생 4개월 만에 끝내 숨졌다.
신씨는 범행 당일 시술을 빙자해 성형외과에서 미다졸람, 디아제팜 등 향정신성 의약품을 두차례 투여받은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9월 부산 해운대에서는 대마를 흡입한 운전자가 포르쉐를 몰고 교차로를 진주하며 오토바이와 승용차를 순차적으로 추돌하고, 신호대기 중인 차량 4대를 덮쳐 7중 추돌을 일으킨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 "단속 강화 필요" 한 목소리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약물 운전 예방을 위해 현장 단속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행법상 법원 압수수색 영장 없이 마약검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현행법은 약물을 투약한 뒤 운전하는 경우 3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지만, 이를 단속할 구체적 절차나 방법이 규정돼있지 않다.
이에 따라 최근 국회에서 약물운전 단속 규정을 강화하는 내용의 법안이 발의됐다.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로, 질병, 약물(마약 포함) 등의 영향을 받았을 경우 자동차 등의 운전을 선언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현행 규정을 음주운전 규정을 참고해 구체화한 '도로교통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참고해 운전자에 대해 음주운전 금지 규정을 참고해 운전자에 대해 과로, 질병 또는 약물의 영향 정도를 측정하는 방법 및 절차, 운전이 금지되는 상태의 기준 등을 구체화하고, 보충적인 내용은 시행령에서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
홍 의원은 "최근 음주운전에 대한 단속과 처벌이 강화되고, 시민들의 자발적인 음주운전 자제가 확산되고 있는 데 반해, 약물 운전은 사후적 처벌의 대상이 될 뿐 예방에 있어서 단속 사각지대에 있었다"며 "국민 안전 보장을 위해 약물 운전에 대한 예방적 단속의 근거를 마련해 단속의 실표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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