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

[최진숙의 기술빅뱅] 수츠케버의 근심

눈앞에 닥칠 초지능 AI
야심가 올트먼 괜찮은가
인재쟁탈전 우리에 교훈

[최진숙의 기술빅뱅] 수츠케버의 근심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미국의 오픈AI 샘 올트먼 대표 해임 소동을 이해하려면 그의 동료 일리야 수츠케버 수석과학자의 동선을 따라가는 것이 편하다. 지난달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 배반의 드라마 한복판에 그가 있다. 알려진 대로 수츠케버는 인공지능(AI)의 대부 제프리 힌튼의 수제자다. 힌튼은 1980년대 중반 사람의 뇌와 비슷한 방식으로 컴퓨터를 학습시키는 획기적인 방법을 개발, 지금의 챗GPT 모델의 근간을 제공한 인물이다. 하지만 지금은 자신의 50년 가까운 AI연구 전체를 후회한다.

20년 전인 2003년, 17세 수츠케버는 약속도 없이 혼자 캐나다 토론토대 교수인 힌튼을 찾아갔다. 힌튼은 수츠케버와 몇 마디 나눈 뒤 그의 천재성을 바로 알아챘다. 그길로 사제지간이 된 둘은 스타트업을 공동창업했고, 이 회사를 구글이 인수하면서 두 사람은 구글의 식구가 됐다. 선량한 천재 과학자 수츠케버를 구글에서 빼내 비영리단체 오픈AI로 끌어들인 이는 다름 아닌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였다. 훗날 머스크도 수츠케버가 포함된 이사진에 의해 해임되는 운명에 처하지만 2015년 이들의 출발은 의미심장했다. AI가 사고로 인간을 제거하는 일을 막을 것, 그러기 위해선 오픈AI가 AI 기능의 최첨단에 있을 것. 오픈AI의 영혼을 말해주는 비전이었다.

올트먼은 오픈AI의 화려한 면면의 공동창업자 중 한 명이었다. 올트먼은 19세에 스탠퍼드대를 중퇴한 뒤 자신의 기술로 창업을 했고, 이를 발판으로 벤처캐피털로 진출해 수많은 유니콘 기업의 산파 역할을 했다. 공유숙박업체 에어비앤비도 그중 하나였다. 암을 정복하고, 핵융합발전을 성공시키고, 초음속 비행기를 만드는 일에도 관심이 지대했다. 거대한 계획을 세우는 것을 즐겼고, 썰렁한 농담도 주저하지 않았다는 실리콘밸리의 괴짜. 그는 설득 능력이 탁월한 수완가이면서 야심에 찬 사업가였다.

오픈AI 창립 3년 만에 머스크가 떠나고 그 이듬해 대표가 된 올트먼은 천문학적 개발비를 조달키 위해 영리 자회사를 설립한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9년 이후 지금까지 100억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수백억원대 연봉이 수두룩한 700여명의 개발자들 월급도 여기서 나왔다. 올트먼은 이 두뇌들과 지난해 11월 생성형 AI '챗GPT'를 완성, 인류 기술 패러다임의 한 획을 긋는다. 최선두를 지켜야 하는 올트먼은 자금줄을 일본, 중동 거부로 넓히면서 AI 수직계열화 물밑작업까지 추진했다.

그러는 사이 수츠케버의 근심은 커져갔다. 언론에 "챗GPT가 약간의 자의식이 있는 것 같다"고 한 말은 섬뜩한 암시다 개발진이 궁극의 목표로 삼았던 AGI(범용일반지능)에 근접한 것인지 모르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었다. AGI는 사람의 통제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지능을 말한다. 여기서 한발만 더 나가면 인간의 지능을 능가하는 슈퍼AI가 된다. 수츠케버의 과학자그룹은 개발 중인 '큐스타 모델'이 학습하지 않은 새로운 수학 연산 문제를 응용해 능숙하게 푸는 것을 보고 충격에 휩싸였다고 한다.

진격의 올트먼을 멈춰 세우라. 수츠케버가 배반의 총대를 멨다. 자신을 포함한 6인의 이사 중 4명이 올트먼 제거에 동의했다. 올트먼 해임을 단행한 뒤 후임에 기술책임자(CTO) 미라 무라티를 앉혔다. 하지만 상황은 우리가 봤던 대로 급반전한다. 올트먼을 다시 데려오라는 개발자가 700여명 중 85%였다. 이들 없이 오픈AI 미래도 없다고 본 수츠케버는 "몹시 후회한다"며 사태를 수습해갔다.

5일 천하 쿠데타는 끝나고 수츠케버는 이제 말이 없다.
돌아온 올트먼, 뉘우치는 수츠케버. 외신은 수츠케버를 패자라고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세상에 이번처럼 AI 위험성이 와닿은 적이 있었던가. 수츠케버의 반란이 이것으로 끝일까. 더 격렬해질 세계 AI 대전, 그 핵심에 AI 인재가 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의대 광풍에 허우적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최진숙 논설위원 jins@fnnews.com jins@fnnews.com 최진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