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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 멈춘 달빛철도, 정치권 짬짜미 예타 무력화 안 돼

달빛철도법 연내 통과 무산
특별법 꼼수로 편성권 침해

[fn사설] 멈춘 달빛철도, 정치권 짬짜미 예타 무력화 안 돼
달빛철도 노선도. 대구시 제공.


폭주하던 달빛철도가 일단 멈췄다. 대한민국의 재정을 만신창이로 만들려는 포퓰리즘에 눈이 먼 정치인들의 기도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5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달빛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을 상정해 논의했으나 이견이 노출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이날 법안을 의결해 법제사법위원회로 넘긴 뒤 8일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에서 표결처리하겠다는 계획이 틀어졌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를 무력화한 특별법안을 비판하는 여론이 거세지자 꼬리를 내린 셈이다. 여야 원내 지도부가 공언했던 연내 통과는 어려워질 전망이다. 앞서 여야는 수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철도건설 사업에 예타를 무력화하는 조항을 삽입하면서 국민의 비판에 직면했지만 아랑곳 않았다.

달빛철도는 대구(달구벌)와 광주(빛고을)를 잇는 약 205㎞ 구간의 고속철도 사업으로 추진됐다. 사업비가 무려 11조3000억원으로 불어날 것으로 국토교통부가 추산하면서 포퓰리즘 논란이 거세졌다. 총선을 앞둔 여야 지도부는 이 같은 논란에도 경제성보다 동서 간 지역 화합이 중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궁색해진 광주시와 대구시는 '고속철도'에서 '일반고속화 철도'로 방향을 선회해 사업비를 줄이고, 철도 명칭에서 '고속'을 빼는 등 사업내용을 수정했다. 고속철도를 일반고속화 철도로 전환해도 여전히 9조원에 가까운 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여야가 수조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철도건설 사업에 대해 예타를 아예 면제하는 특별법안을 강행하고 나선 것이 문제였다.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법안에 한통속이 돼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속전속결로 추진한다는 비난이 쇄도했다. 이와 함께 김포 5호선 연장 예타면제법, 도심철도 지하화 예타면제법 등 재정건전성을 고려하지 않는 특별법도 줄줄이 통과될 것이라는 우려가 컸다.

이날 법안 심의에 참여한 의원들이 시민사회와 관계부처의 반대 목소리에 귀 기울인 것은 다행이다. 기획재정부는 특별법안의 예타면제 조항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제정법을 하루 논의로 마무리하기에는 무리이기도 했다. 자성의 목소리와 함께 공청회 등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한 점도 긍정적이다.

달빛철도 건설계획은 헌정사상 최다인 여야 의원 261명이 공동 발의해 무쟁점 법안으로 알려졌다. 협치의 상징이자 영호남 상생과 균형발전의 대표 법안으로 홍보됐다. 그러나 시민단체는 '제2의 4대강 사업'이며, 영호남 화합을 저해한 책임은 지역민 갈라치기를 해온 기득권 정당에 있다고 주장했다.
여야 의원들이 짬짜미로 법안을 통과시킨다고 해서 영호남 지역갈등이 해소되겠느냐는 것이다. 무엇보다 예타면제는 정부의 예산편성권 침해임이 분명하다. 경제성이 낮은 공공사업에 세금을 쏟아붓는 것도 모자라 '특별법'이라는 꼼수로 철도사업법과 국가재정법, 국토계획법까지 무력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