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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온 등 韓기업 “美대선 불확실성 우려”

외교부·美국무부 주최 민관합동 포럼
현대차·SK온·포스코퓨처엠, 대미투자 평가·우려 동시에
"한미경협 최대성과는 상호이익인 전기차·배터리"
"IRA 혜택에 수백억달러 대규모 투자 증가 중"
다만 "대미투자 유도, 美정권교체로 급변할지 우려"
"공급망 다변화, 수년 걸린다는 점 고려해야"

현대차·SK온 등 韓기업 “美대선 불확실성 우려”
7일 외교부와 미국 국무부 공동주최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 왼쪽부터 이왕휘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진동 외교부 양자경제외교국장, 앤드류 헤럽 주한미국대사관 경제공사참사관,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 최홍식 마이크로소프트 반도체 전자 산업 아시아 총괄, 김동조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실 상무, 김동현 SK온 CR팀장,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전략그룹 리더. /사진=외교부

[파이낸셜뉴스] 현대자동차와 SK온, 포스코퓨처엠 등 전기차·배터리 기업들이 한 목소리로 내년 미국 대선에 따른 정책 급변 불확실성을 우려했다. 현재 대(對)미국 투자 여건에 대한 만족도가 높은 만큼 정책 변동으로 예상되는 손실도 크다는 이유다. 이는 한국·미국 정부가 한미동맹 70주년을 맞아 마련한 한미 민관합동 경제포럼에서 나온 지적이다.

현대차 "바이든 약속대로 130억달러 투자"..SK온 "IRA 혜택에 투자 여건 좋아"
7일 외교부와 미 국무부 공동주최로 그랜드 하얏트 서울에서 열린 포럼에는 양국 정부 당국자는 물론 경제계와 학계도 참석했다. 특히 공급망 협력 주제 세션에선 마이크로소프트와 현대차, SK온, 포스코퓨처엠 다국적기업 관계자들이 직접 토론에 나섰는데, 우리 기업들은 한미 경제동맹을 평가하면서도 미 정부에 대한 우려도 명확히 밝혔다.

우선 대미 투자 내용과 규모를 소개하면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세액공제 혜택을 받아 투자 여건이 만족스럽다는 평가를 내놨다. IRA는 우리 기업의 중국 생산공장에 제재를 가하는 내용이지만, 윤석열 정부 들어 한미동맹이 강화되면서 우리 기업에 대한 배려가 반영됐다.

김동조 현대차그룹 전략기획실 상무는 “현대차 미국 법인은 자동차 생산 능력이 매년 37만대에 기아차의 경우 44만대이고, 미국시장 판매량은 지난해 현대차는 78만대에 기아차는 70만대”라며 “현대차는 미국에서 세 확장을 하려고 한다. 정의선 현대차 회장이 지난해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게 약속한 대로 대미투자가 130억달러에 달하고 있다. 80억달러는 조지아주에 매년 50만대까지 생산할 수 있는 전기차 전용공장에, 50억달러는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신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은 100억달러를 투자해 SK온과의 합작회사와 현지기업과의 장기계약으로 배터리공장을 지으려 한다”고 밝혔다.

김동현 SK온 CR팀장은 “한미 경제협력의 가장 큰 성과는 전기차·배터리 산업이다. 현대차·LG에너지솔루션·삼성SDI 등이 미국에 몇백억달러 대규모 투자를 하는데, 국내 투자가 없는 게 아니라 미국 공장 투자액의 절반가량은 설비이고 그 90%는 한국산이라 수출을 올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라며 “IRA로 투자·생산 세액공제를 받고 국채 금리 수준으로 투자금액의 60~70% 금융지원 프로그램도 있어서 미국 투자 여건은 좋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11월 대선 '트럼프 리스크' 우려.."나쁜 경제보다 불확실한 경제가 더 싫다"
그러다 한미 양국 정부에 건의사항이 있는지 묻자 내년 11월 예정인 미국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 해소가 거론됐다. 미 정치상황에 의해 현재 대미 투자 여건이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다.

총대를 멘 이는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이다. 주 실장은 “미국에서 우리 기업의 투자를 (IRA를 통한) 당근과 채찍으로 유도했는데, 혹시나 미 정치인들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는 건 아닌지 우려된다”며 “현재 중국을 배제한 미 중심 공급망도 마찬가지다. 규제가 완화돼 우리 기업이 착각해 중국에 다시 투자하고, 그러다 다시 강화되면 대중 투자액이 다 매몰비용이 된다. 그래서 미 정부는 오해할 사인을 줘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김동조 현대차 상무는 이에 “기업은 나쁜 경제보다 불확실한 경제를 싫어한다”며 “미 정책이 정권교체 등 대외적 상황 변화로 갑자기 바뀌거나 도입되는 건 지양됐으면 한다”고 동의했다.

김동현 SK온 팀장도 “업계의 걱정은 IRA가 미 정권이 교체되는 등 정치적 환경이 변했을 때 혹시라도 바뀔 수 있다는 것”이라며 “변화하지 않는,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중요하다. 미국이 지금처럼 충분한 투자 혜택을 제공하면 많은 기업들이 투자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 11월 대선에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도전할 공산이 크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집권 당시 자국우선주의 무역정책을 편 만큼, 어떤 변수를 일으킬지 미지수다.

정책 불확실성의 연장선에서 정부 차원의 협력에 따른 공급망 다변화도 기업의 현실적 여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배터리 생산에 쓰이는 니켈·코발트·흑연·리튬 등이 자원 자체가 특정국에만 부존돼있거나 가공생산 대부분을 중국이 맡고 있는 상황이라는 점에서다.

이소영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전략그룹 리더는 “리튬의 경우 칠레·호주·아르헨티나에 80%가 부존돼있는데, 그것과 별개로 가공생산은 대부분 중국에서 된다”며 “중국이 가공 기술과 인건비 경쟁력 등 여건들을 다 가지고 있어서 한미가 공급망 협력을 한다면 지속가능한 핵심광물 가공생산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를 다뤘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김동현 팀장도 “배터리 원소재들이 특정국 의존이 높아서 기업들도 공급망을 다변화하려 하지만, 업체를 발굴·검증해 양산시설을 만들고 납품을 위한 검증을 또 받는 등 수년이 걸린다”며 “한미 정부에서 단기간에 되는 게 아니라는 걸 고려해 정책을 펼쳤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현대차·SK온 등 韓기업 “美대선 불확실성 우려”
ⓒ News1 DB /사진=뉴스1


uknow@fnnews.com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