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집은 교복을 입은 학생들의 만남의 장소였고, '고교 얄개'와 같은 청춘영화에서 자주 배경으로 등장했다. 1970년대에 빵집 전성시대를 열었던 추억의 빵집들은 태극당, 뉴욕제과, 독일빵집 그리고 고려당이다. 고려당이 서울 종로 2가에 문을 연 것은 1945년 9월, 광복의 환희가 채 가시지 않았을 때였다. 고려당은 "아침 식사는 빵으로"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밥 대신 빵을 먹는 식생활의 변화를 고려당이 선도한 셈이다. 당시엔 매우 귀했던 밀가루와 옥수수로 빚은 도넛, 크로켓, 단팥빵과 파운드케이크로 밥만 먹던 국민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조선일보 1961년 9월 21일자·사진).
다른 빵집들처럼 고려당은 1970년대에 체인사업으로 지점을 만들며 사업을 키워 나갔다. 다만 마산 등지에 역사가 오랜 같은 이름의 고려당이 있는데 서울의 고려당과는 다른 빵집이다. 서울과 마산(1959년 창업)의 고려당은 상표권을 놓고 법적 다툼을 벌이기도 했다.
여성이 남성에게 초콜릿을 주며 사랑을 고백한다는 날인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국내에 유행시킨 곳이 고려당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드물다. 밸런타인데이 풍습은 서양에서 일본으로 전해졌는데, 1982년 2월 고려당이 우리 땅에 소개하며 초콜릿과 사탕을 판매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회적 현상으로 확산된 것은 1986년 무렵부터라고 한다. 고려당에 도전장을 내밀어 마침내 시장을 장악한 브랜드가 1988년 서울 광화문에 1호점을 낸 '파리바게뜨'다.
고려당은 2003년 대호물산이라는 회사가 통합했다고 한다. 비슷한 시기 고려당의 종로 2가 본점 옆에 있던 종로서적도 부도를 내고 사라졌다. 고려당은 없어지지는 않았다. 현재 주요 백화점과 역사 등에 매장을 내고 옛 고려당의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즉석케이크 전문점 '쿠와(KUWA)'와 '델리본(고로케)' '경회루(떡)' '본화과(화과자)'의 4개 브랜드를 두고 미국에도 진출했다.
뉴욕제과는 1949년 부산 광복동에서 창업한 뒤 1953년 본점을 서울 명동으로 옮겼다. 특히 강남역 뉴욕제과가 유명했다. 강남을 막 개발하기 시작하던 1974년, 지금의 지하철 강남역 10번 출구 앞에 건물을 지었다. 당시 주변은 거의 논밭이었다. 잘나가던 뉴욕제과도 신흥 브랜드들의 공격을 이겨내지 못하고 2000년 다른 기업에 인수돼 'ABC뉴욕제과'로 명맥을 잇다 2012년 폐점했다.
태극당 역사는 고려당과 비슷한 194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인이 운영하던 제과점을 인수, 명동에 문을 열었다. 양갱, 건빵, 월병, 카스텔라, 사탕을 만들었다.
1970년대에는 명동, 남대문, 종로, 혜화동 등 서울에만 직영점 7곳이 있었다. 1973년 본점을 장충동으로 이전했고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100년 가게'로 인증받았다. 홈페이지에는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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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nio66@fnnews.com 손성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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