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 8일 예금보험공사 송년 기자간담회
"금융사 부실, 검증하고 확인할 시간 없어...부실금융사 정리제도 개선해야"
8일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송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김예지 기자 촬영
[파이낸셜뉴스] "지난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거울 삼아 내년에는 '파이트 투나잇(Fight Tonight)'의 마음가짐으로 임하겠다. 실리콘밸리은행(SVB)이나 크레디스위스(CS) 사태에서 교훈을 얻은 신속한 위기대응체계(내부정리제도)를 개발하면서도, 그 과정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기관 또는 국민의 고통을 최소화하기 위해 대외 협력 체계를 구축하겠다. 디지털화를 고려해 커뮤니케이션도 강화해 나가겠다."
유재훈 예금보험공사 사장은 8일 서울 중구 프레지던트 호텔에서 열린 '예금보험공사 송년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혔다.
유 사장은 오는 2026년 저축은행특별계정과 2027년 상환기금 종료를 대비해 예금보험공사의 역할이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30년 전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졌던 공적자금에 의존한 예금보험제도 탈피와 2011년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청산하기 위한 비전으로 '예금보험 3.0'을 제시했다. 유 사장은 "금융권의 파산 위험에서 금융 계약자들을 보호하려면 시장 원리를 원칙으로 상호부조·유인부합적 기금을 운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 사장은 예금보험공사가 시장원리에 충실한 금융계약자 보호기구로 기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로 △예금보험제도 본연의 기능 고도화 △금융상품 보호범위 확대 △금융계약자 보호 강화를 언급했다. 그는 "여러 금융상품의 불완전 판매가 매년 반복되는 한국의 현실을 생각했을 때, 계약자의 관점에서 예금보험 제도가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사장은 위와 같은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당면 과제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글로벌 스탠다드 구현 △고품질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 △디지털 전환을 예시로 들었다. 유 사장은 "금융사가 ESG 활동을 열심히 할 경우 차등보험료율(예금보험 리스크에 기초한 보험료율)에 긍정적 영향을 미쳐 ESG 활동을 실시하는 것이 스스로에게 도움이 된다는 유인부합적 프레임을 만들겠다"면서 "예보 스스로 내부통제 시스템을 제대로 구축해 민간 부보 금융사에 모범일 보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은 이어 "SVB 사태를 보면 디지털 금융이 가진 위험 요소도 많은데, 그런 디지털 전환에 따르는 금융시장의 변화를 예금보험제도가 반영하도록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취지 하에서 올해 예금보험공사가 거둔 성과는 △정리제도 개선 및 디지털 뱅크런 대응 △위기대응 역량 강화 및 상호금융 예보제도 지원 △별도 보호한도 확대 및 착오송금제도 개선 △자산부채종합관리(ALM) 기반 기금운용 및 AI업무 자동화 △글로벌 리더십 제고 및 네트워킹 강화로 꼽힌다.
유 사장은 "SVB사태나 CS사태로 인해 금융회사의 부실을 검증하고 확인할 시간이 없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외환위기 당시 만들어진 금융회사 정리제도 외의 신무기가 없는 상태이므로 부실금융회사 정리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건의를 당국에 전달해 내년도에 제도화할 예정"이라고 약속했다. 예보는 뱅크런에 대비해 저축은행 시장을 디지털 모니터링 후 부보 금융사의 예금 변동을 감지, 책임자에게 전달하는 저축은행 예수금 모니터링 체계 개선도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 사장은 "복합 금융위기 발생 및 비부보업권 부실화, 전쟁 등 비금융 요인에 의한 금융위기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상정해 위기대응훈련을 진행하고 있다"며 "새마을금고중앙회·농협중앙회·수협중앙회·산림조합중앙회·신협중앙회 등 5개 중앙회가 예보의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규모가 큰 기금을 가진 예보가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유 사장에 따르면 예보는 현행 보호대상이었던 일반 금융상품과 퇴직연금 부문에 연금저축과 사고보험금, 중소기업퇴직연금 등을 5000만원 한도로 추가해 별도 보호한도 적용 대상을 확장했으며, 착오송금 반환 지원 한도를 기존 1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유 사장은 "착오송금 반환지원제도의 경우 외국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유 사장은 또 ALM 기반 기금운용에 대해 "예금보험공사의 지출로 작용하는 금융사의 파산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예보가 리스크 부서를 동원해 상시 모니터링하고, 부보 금융사의 리스크에 맞는 보험료를 징수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 측면에서는 "내년도에 더 큰 불확실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개도국의 예보 제도가 계속 바뀌고 있는데, 미국의 FDIC 코로나19 이후 트레이닝을 제공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예보가 운영하는 글로벌 트레이닝 프로그램이 전세계에서 유일한 사례"라고 전했다. 예보는 세계은행(WB), ADB(아시아개발은행)과 공동 기술지원 사업 추진협의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는 금융사에 부실이 발생하기 전 선제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금융안정계정의 법률화도 화두에 올랐다. 유 사장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고, 기회가 있다고 생각해 전사적으로 뛰고 있다"면서 "남은 국회 회기 중 정무위 법안소위에서 논의가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예금자보호한도 증액 무산에 대해서는 "예금보험 한도의 경우 현재 법률상 시행령으로 조정이 가능하다"며 "향후 어떻게 운영할지는 정책당국의 의지에 달려 있으며,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금융제도는 바뀌는 것"이라며 향후 가능성을 열어뒀다.
나아가 유 사장은 금융계약자 보호제도 개선 검토를 위한 연구 용역 착수 배경에 대해 "현재 비예금자산 증가율이 예금자산 증가율보다 2배 이상 빠르다"며 "예금자 보호가 금융시스템 안정과 국민들의 금융자산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면 특정 예금에 국한할 필요는 없다"고 설명했다. MG손해보험 매각 이슈에 대해서는 "3·4분기 영업보고서부터 MG손보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있음을 느낀다"며 "숫자의 정확성과 예보의 지원이 있다면 아직 매각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서울보증보험 상장 철회 이후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준비로는 "서울보증은 예보가 지분 93.85%를 보유한 대주주라 매년 배당금을 2000억원씩 받고 있다"며 "IPO든 아니든 매각 방법을 다양하게 찾을 것"이라고 전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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