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한일중 외교장관회의 후 한일중 정상회의 청신호 상황서
-요소수 강압, 반중감정 고조 '제2의 사드보복' 나서나
-외교적 강압 안 통하자 경제적 강압, IPEF 가동 떠보기?
-한일중 정상회의 성사 위한 ‘조건’ 수용 관철 신호인가
-한국의 대체 공급망 제 기능 발휘 점검 성격도
-중국 정상회의 청신호와 경제적 강압 양면전략 구사 관측
-대중국 레버리지 약화 우려..중국 셈법, 전략 간파 대처해야
-중·장기적 시각서 사드 때와 다른 한미 고강도 공조나서야
-중국의 회색지대 공세에 대한 한미동맹 결속력 시험대
-빠른 집단적 경제안보 플랫폼 가동, IPEF 등 현시 유도해야
[파이낸셜뉴스]
반길주 고려대 일민국제관계연구원 국제기구센터장
지난달 한일중 외교장관회의를 진행하며 한일중 정상회의 추진에 대한 청신호를 이어간 상황에서 중국이 느닷없이 요소수 통관을 보류하며 사실상 요소수를 이용한 경제적 강압에 나선 것은 이해할 수 없는 대목이 많다. 따라서 요소수 사태가 제2의 사드보복과 같은 패착과 후폭풍으로 이어질지 주목되고 있다.
중국이 요소수 강압을 시도한 것은 한일중 정상회의를 추진하는 과정이었다는 시기적 측면 뿐 아니라 한국에 대한 사드보복이 실패한 것으로 간주해 왔던 중국의 기존 인식과는 거리가 있다는 점에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은 사드보복을 통해 한국 국민의 반중감정이 극에 달했고 지금도 그러한 기류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더욱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기에 국민의 반중감정이 매우 안 좋은 상황에서 한중관계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가 어렵다는 정치적 특성도 간파하고 있다. 그런데도 중국이 왜 요소수 강압에 나선 걸까?
첫째, 사드보복에 대한 후폭풍을 간파하고 있어서 최근에 경제적 강압을 자제해왔지만 한국이 자국의 외교적 강압이 잘 통하지 않자 다시 경제적 강압이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지 떠보는 차원을 들 수 있다. 특히 이번 경제적 강압은 다자적 경제안보 개념이 정책적으로 논의되고,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가 가동되는 가운데 나타났다는 점에서 한국과 다른 국가들과 다자적 차원에서 대응이 가능할지 중간점검에 나서는 셈법과도 무관치 않아 보이는 것이다.
둘째, 중국이 한일중 정상회의 성사를 위해서는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신호를 보내는 상황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러한 조건 수용을 관철하기 위해서 전선을 확대하려는 의도도 있다고 볼 수 있다. 셋째, 사드보복이라는 심대한 도전을 경험한 바 있는 한국은 중국발 공급망 리스크를 벗어나기 위해 나름의 연대외교에 기반한 경제안보정책을 고강도도 추진해 왔다는 점에서 이런 한국의 대체 공급망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지 점검하는 성격도 있다.
넷째, 공산주의 국가들이 자주 적용하는 냉온 양면전략을 구사하는 측면과도 무관치 않다. 현 정부 들어 중국은 한국을 대하기 매우 껄끄러운 상대로 인식하고 있다. 따라서 과거와 달리 한국을 상대로 요구를 관철하려면 기존의 단순한 공식으로는 어렵다는 인식이 발현하여 한일중 정상회의에 대한 청신호를 보냄과 동시에 경제적 강압도 진행함으로써 양면전략이라는 복잡한 공식을 작동시켜 한국이 중국의 요구를 경청하도록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
중국의 이러한 셈법을 제대로 간파하지 않으면 이번 요소수 사태로 인해 한국은 어렵게 신장시킨 대중국 레버리지가 약화될 수 있다. 따라서 상기 셈법과 전략을 예의주시하며 중·장기적 시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역할과 지원도 과거 사드보복 당시와는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을 보여주도록 한국과 미국이 고강도 공조에 나서야 한다. 미국이 한국의 요소수 사태 해결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면 한미동맹 결속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중국의 회색지대 공세의 함정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동맹 70주년을 맞은 역대 최강동맹으로서 달라진 미국을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더불어 한국은 중국의 경제적 강압을 경험한 국가를 중심으로 빠른 시일 내에 집단적 경제안보를 가동해야 할 것이다. 호주와 일본이 이 연대에 대표적인 국가로 참여할 수 있는 대상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IPEF 등 신냉전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경제안보 차원의 플랫폼이 이러한 상황에 해법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을 제대로 현시하도록 유도해야 할 것이다.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