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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사설]산재사고 원청대표 무죄, 중대재해법도 보완해야


[fn사설]산재사고 원청대표 무죄, 중대재해법도 보완해야
그래픽=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태안화력발전소에서 홀로 작업하다 사망한 하청 노동자 김용균씨 사건으로 기소된 원청업체 한국서부발전 김병숙 전 대표가 대법원에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았다. 업무상 과실치사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는 1심과 2심에서도 무죄를 받았었다. 작업 현장의 위험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는 재판부의 판단이다.

김씨 사고는 산재 후진국의 민낯을 드러낸 참담한 사건이었다. 서부발전의 하청업체인 한국발전기술 소속으로 일하던 김씨는 2018년 12월 새벽 석탄 운송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숨진 채 발견됐다. 벨트 안전 덮개는 열려 있었고 비상 정지 장치는 불량이었다. 2인 1조 근무 원칙도 지켜지지 않았으며 김씨는 혼자 휴대전화 불빛에만 의지해 일했다고 한다. 20대 청년의 어처구니없는 죽음은 지금도 가슴 먹먹하게 한다.

다시 일어나선 안될 사고라는데 전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관련 법규들이 정비됐다. 산업안전보건법이 개정됐고 중대재해처벌법도 2021년 1월 시행됐다. 하지만 정작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실질적 조치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업 대표의 강제 처벌에만 집중하면서 법은 실효성을 거두지 못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법 적용을 받는 사업장의 사고는 오히려 늘었고 적용받지 않는 사업장에선 반대로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법이 현장에서 제대로 통하지 않고 실효성이 없다는 것을 말해준다. 원인을 따져 법을 보완하고 산재 사고를 줄일 현실적 대책을 강구할 필요성이 커졌다.

중대재해법은 중대 산재가 발생했을 때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경영 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골자다. 50인 이상 기업에 먼저 적용됐고 50인 미만 사업장은 내년부터 적용하는 것으로 명시돼 있다. 하지만 법은 안전관련 준수사항이 방대하고 법 조항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았다.

의무 지침과 절차가 너무 복잡해 현장 혼선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소규모 업체들이 내년 중대재해법 적용을 유예해 달라고 호소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대로 법을 강행할 경우 법 취지는 살리지도 못한 채 영세 사업주들만 전과자로 내몰릴 우려가 있다. 추가 유예안을 추진 중인 국회는 서둘러 법 개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산재 사고 방지는 우리의 절박한 과제이지만 화풀이용 처벌법으로는 해결하기 어렵다. 경영 책임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사고가 줄지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차제에 중대재해처벌법의 효력을 돌아보고 개정과 보완을 검토해야 할 것이다.

근로자를 지킬 수 있는 실질적인 정책과 제도가 중요하다.
사고는 예상치 못한 순간 갑자기 들이닥친다. 사업장 위험성 평가를 통해 예방에 집중해야 한다. 사업장과 근로자가 함께 안전의식을 끌어올리는 것은 새삼 강조할 필요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