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

정부가 요소수 비축해도 여전히 불안한 이유[기자수첩]

정부가 요소수 비축해도 여전히 불안한 이유[기자수첩]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물량을 구해놨다는데, 지금 단골주유소에서도 한번에 10L 한통씩밖에 못구했다."
요소수 대란 취재를 하면서 만난 레미콘 트럭 운전자 A씨는 이렇게 말했다. 그는 "요소수 10L 한 통에 보통 1만5000원 정도 하는데 저번 대란에는 10만 원까지도 팔렸다"면서 "이번 달 지나면 또 가격이 급등할까 불안하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중국의 산업용 요소수 한국 수출이 보류되면서 국내 요소수 시장에 불안이 싹텄다. 정부는 중국 외 제3국과 맺은 계약 물량까지 포함해 3개월분 이상을 확보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2021년 대란때와 달리 차량용 요소의 안정적 수급에 문제가 없다며 필요한 물량만 구매해달라"고 전했다.

현장 상황은 달랐다. 화물차 운전자들과 주유소 업자들은 공급 차질이 없어도 가격은 오를 것으로 봤다. 값싼 중국산 요소 대신 다른 요소를 수입하면 결국 소비자에게 부담이 간다는 주장이다. 지난 2021년 요소수 품귀현상이 이미 한차례 벌어진 바 있다. 운전자들 사이에선 정부가 공급 불안을 막더라도 가격은 오를 것이라는 공포가 깔려 있었다.

지난 2021년말에도 중국산 요소 수입 비중이 97%에 이른 가운데 요소수 품귀 현상이 벌어지자 정부는 수입처 다변화 정책을 내세웠다. 정부 지원으로 한때 중국 수입 비중은 66%까지 낮아졌으나 올해 다시 90%대로 원상 복구됐다. 일시적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기업에게는 장기적으로 중국산을 쓰지 않을 이유가 없어서다. 장기적인 수급 구조 개선을 이루지 못한 결과는 제2차 요소수 대란이다. 특히 이번 대란은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않아' 생긴 일이라는 점에서 씁쓸하다.

정부는 단기적으로 공급을 늘릴 방안에만 골몰했지 장기적으로 구조 개선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지 않았다. 지난 2021년 12월 10일 기재부에서는 '3차 경제안보 핵심품목 태스크포스(TF) 회의'를 통해 요소수 수급 안정을 위해 폐자원 재처리·재활용과 함께 생산 설비를 구축해 국내 생산을 위한 지원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동남아·중남미·호주 등으로 수입선을 다변화하고, 대체기술 개발 등 수요 관리도 병행한다는 계획이 나왔다.
하지만 2년이 지나도록 수입선은 다변화되지 않았고 국내 생산 및 대체기술 개발은 요원하다.

정부는 최근에는 동남아산에 대해서 할당관세로 세금부담을 낮춰주고 있고 이같은 정책을 내년에도 이어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일시적 세금 지원 보다 수급구조를 안정적으로 개선할 묘안이 필요하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