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1세와 6세 자녀 둔 워킹맘이 새벽과 공휴일 근무를 거부했다는 이유로 채용을 거부한 것은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른 배려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으로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도로관리용역업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에 돌려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이 사건 당사자인 A씨는 2008년부터 8년 9개월 동안 고속도로 영업소에서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일한 일근직 근로자다. 일근직 근로자는 낮근무를 통상적 근무형태로 해 일단위를 매일 근무하는 근로자를 말한다.
A씨는 당시 만 1시와 6세의 어린 자녀를 양육하고 있었는데, 이를 배려해 그가 원래 일했던 용역업체는 통상 매월 3~5차례인 오전 6시, 오후 3시의 초번 근무를 면제해줬다. 또 주휴일과 근로자의날만 휴일로 인정하면서도 일근제 근로자들은 공휴일에 연차 휴가를 사용해 쉴 수 있도록 했고 A씨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그런데 문제는 2017년 4월 새로운 용역업체가 들어오면서 불거졌다. 이 업체는 A씨에게 초번과 공휴일 근무를 지시했다. A씨가 항의했지만 '공휴일 휴무는 불가하다'며 받아들이지 않았고, 불복한 A씨는 두 달간 초번·공휴일 근무를 하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A씨 근태를 이유로 그해 6월 채용 거부 의사를 통보했다. 그러나 중앙노동위원회는 A씨에 대한 회사의 채용 거부를 부당해고로 판정했고, 회사가 불복하면서 소송으로 이어졌다.
1심은 부당해고를 인정했지만 2심은 '채용 거부 통보에 합리적 이유가 존재한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회사의 A씨에 대한 평가가 자의적이거나 일방적으로 이뤄졌다고 볼 수 없고 근무시간 준수 등 근무태도는 근로계약에 따른 본직절 의무와 관련된 사항이라, 근태 항목의 비중이 높다고 해 이를 불합리하다고 볼 수 없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회사가 어린 자녀를 양육하는 A씨에 대해 고용승계에 따른 시용기간 동안 일·가정 양립을 위한 배려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수년간 지속한 근무 형태를 갑작스럽게 바꿔 보육시설이 운영되지 않는 공휴일에 매번 출근할 것을 요구하는 것은 자녀 양육에 큰 저해가 되는 반면, 회사의 경영상 필요성이 크다고 보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다만 대법원은 "사업주가 부담하는 배려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은 근로자가 처한 환경, 사업장의 규모 및 인력 운영의 여건, 사업 운영상의 필요성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하여 개별 사건에서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yjjoe@fnnews.com 조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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