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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세 몰린 하마스, 이스라엘 '항복 권고'에 인질 살해 협박

하마스, 협상 없이 인질 살려보내지 않겠다고 협박 아직 억류된 인질 137명으로 추정, 20명은 이미 사망한 듯 이스라엘 네타냐후는 하마스에게 "이미 끝났다. 투항하라" 국제사회의 휴전 노력 무색. 美는 여전히 이스라엘 지지

수세 몰린 하마스, 이스라엘 '항복 권고'에 인질 살해 협박
이스라엘군이 3일(현지시간) 공개한 사진 속에서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수색하고 있다.신화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에 밀리고 있는 무장정파 하마스가 붙잡은 인질들을 해치겠다고 위협했다. 이미 약 20명의 인질이 사망했다고 알려졌으며 이스라엘은 하마스에게 항복하라고 요구했다.

남은 인질 137명 위험해져
영국 텔레그래프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하마스 산하 군사조직 알 카삼 여단의 아부 오베이다 대변인은 10일(이하 현지시간) 아랍 매체에 보낸 사전 녹화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인질 살해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는 "우리의 파시스트 적과 그들의 오만한 지도부, 그들의 지지자들은 우리의 요구사항과 관련해 교환과 협상 없이 그들의 포로들을 산 채로 돌려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오베이다는 이달 1일까지 지속된 1주일 휴전을 언급하고 "우리는 임시 휴전을 통해 우리의 신용을 증명했다"며 교전 개시 이후 약 10일 동안 이스라엘의 병력 수송 차량, 전차, 불도저 등 총 180대의 지상 장비를 파괴했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집계에 따르면 하마스는 지난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여 약 1200명을 해치고 239명의 인질을 납치했다. 하마스는 지난 11월 임시 휴전을 통해 80명의 이스라엘 여성과 어린이 및 25명의 외국인을 석방했다. 이스라엘도 합의에 따라 인질 숫자의 3배인 240명의 팔레스타인 수감자를 석방했다. 현재 가자지구에 남은 인질은 137명으로 추정되며 이스라엘이 풀어줄 수 있는 수감자는 약 7000명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총리실은 10일 발표에서 남은 137명의 인질 가운데 20명은 이미 사망했다고 추정했다. 이스라엘군은 8일 가자지구에서 25세 이스라엘 남성 인질 사하르 바루흐를 구출하려 했으나 작전 도중 인질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오베이다는 메시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을 호명했다. 그는 "우리는 네타냐후와 갈란트, 그 외 이스라엘 전쟁 내각 장관들에게 협상 없이는 단 한명의 인질도 데려갈 수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이스라엘이 힘으로 인질을 되찾으려다 인질이 사망한 사례가 그 증거다"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인질 가족들은 네타냐후 정부와 하마스를 상대로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9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는 수천명의 시위대가 모였으며 일부 인질 가족은 협상에 직접 참여하게 해 달라고 요구했다.

수세 몰린 하마스, 이스라엘 '항복 권고'에 인질 살해 협박
지난 8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트럭에 투항한 팔레스타인 남성들이 수송되고 있다.로이터뉴스1

휴전 가능성 점차 줄어들어
이스라엘은 지난 1일 임시 휴전 종료 이후 가자지구 전체로 작전 범위를 확대하며 하마스 대원들과 격렬한 교전을 벌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0일 발표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250개의 표적을 타격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이날 기준으로 지난 10월 7일부터 2만2000개, 1일 휴전 종료 이후 3500개의 하마스 표적을 공격했다고 밝혔다. 또한 이스라엘군은 지난 10월 28일에 본격적으로 가자지구 지상작전을 실행한 이후 98명의 이스라엘군이 사망했고 약 600명이 다쳤다고 알렸다. 이스라엘군은 작전 결과 약 7000명의 하마스 병력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의 병력은 지난 10월 이전 최대 4만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지난 10월 7일 이후 발생한 총 사망자 숫자는 10일 기준 1만7997명으로 집계됐다.

북부를 진압한 이스라엘군은 남부 칸 유니스 일대에서 하마스와 교전을 이어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군사 지도자인 야히아 신와르가 칸 유니스 일대에 숨어있다고 보고 3~4주 안에 작전 종료를 예상하고 있다.

네타냐후는 10일 영상 메시지에서 "지난 며칠간 수십명의 하마스 테러범이 우리 군에 투항했다"며 "그들은 우리의 용감한 전사들 앞에 무기를 내려놓았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고 우리는 전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하마스의 끝이 시작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네타냐후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이제 끝났다. 신와르를 위해 목숨을 걸지 말고 지금 투항하라"고 권고했다. 앞서 소셜미디어(SNS) 등에는 지난 7일부터 속옷 차림으로 이스라엘군 병사들 앞에 무릎을 꿇은 팔레스타인 남성들의 영상들이 올라왔다.

국제 사회의 휴전 노력은 힘을 잃고 있다. 앞서 임시 휴전을 중재했던 카타르의 셰이크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 사니 총리 겸 외무장관은 10일 카타르 도하 연설에서 이스라엘의 폭격 때문에 "새로운 휴전의 창문이 좁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의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은 CNN 등과 인터뷰에서 가자지구 전투 종료 시점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모든 사람이 이 전쟁이 가능한 한 빨리 끝나길 바란다"면서도 "그러나 그것은 이스라엘이 결정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그는 "민간인 뒤에 숨은 하마스가 내일 나와 총을 내려놓고 항복하면 이것은 끝날 것"이라면서 "그러나 하마스가 건재하고 10월 7일과 같은 공격을 반복하겠다는 의도를 보이는 상태에서 휴전은 문제를 영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8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휴전 결의안에 거부권을 행사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0일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안보리가 지정학적 분열로 인해 마비됐다"고 비판했다.

수세 몰린 하마스, 이스라엘 '항복 권고'에 인질 살해 협박
9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하마스에게 가족이 납치된 친지들과 기타 시위대가 인질 석방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AP연합뉴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