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協 산불 초기진화 앞장
남산 둘레길 10곳 산불진화장비
화목보일러실엔 간이 스프링쿨러
지난해 4월 5일 경상북도 봉화군 봉화읍 민가 주변에서 산불이 발생한 가운데 화목보일러실에서 날아간 불씨에서 산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뉴시스
기후위기로 매일 전국에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는 등 산불 화재가 일상화되고 있다. 특히 지난해 3월 강원도 강릉과 동해, 삼척과 경상북도 울진을 덮친 산불과 같이 산불화재가 대형화되면서 지난해 산불화재 피해액이 1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산불화재가 대다수 '사람의 부주의'에서 발생하는 만큼 산불화재 예방을 위해 국민들의 안전의식을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형 산불화재 피해 1조원 훌쩍
11일 산림청에 따르면 지난해 산불화재 발생 건수는 756건으로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 활동이 줄어든 2021년(349건)보다 2배 넘게 늘었다. 지난해 산불화재 피해액은 약 1조3463억원으로, 산불화재 피해면적은 2만4797㏊에 달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지난 2019년 산불화재 피해액(약 2689억원)과 비교해도 5배 넘게 급증한 것으로, 지난해 3월 발생한 동해안 대형 산불화재 영향으로 분석된다.
대형 산불화재를 막기 위해서는 예방과 조기진화가 필수다. 산을 찾는 등산객이 라이터 등을 절대로 산에 가져가지 않는 것부터 산불 예방이 시작된다. 작은 불씨 하나가 강풍을 만나 대형산불이 되면 재산 피해는 물론 인명 피해로 이어지는 돌이킬 수 없는 재난이 될 수 있어서다. 실제 지난해 3월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강원 강릉·동해 산불의 산림 피해 면적은 2만㏊를 넘어섰고, 수십 대의 진화헬기에 3000명이 넘는 진화인력을 투입해 산세가 험한 응봉산 일대 잔불을 겨우 진화했다. 당시 강릉, 동해, 삼척의 대형 산불로 인해 산림복구비만 2000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되기도 했다.
특히 화재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산불의 약 78%가 부주의로 발생했다. 담배꽁초, 쓰레기 소각, 불씨 등으로 인해 산불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파악된다. 즉, 평소 생활 속에서 조금만 더 신경 쓴다면 산불화재 발생을 상당히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협회 산불화재 예방 안전문화 확산 앞장
한국화재보험협회는 산불화재가 자주 발생하는 12월에 맞춰 서울 남산 둘레길 10여 곳에 손해보험사 12곳과 함께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을 설치하는 등 화재 등 재난예방 및 안전문화 확산 사업에 주력하고 있다. 남산은 서울의 대표적인 명소로 평소 등산객을 포함한 국내외 관광객 출입이 매우 빈번한 곳이다. 남산 둘레길도 방문객이 많은 만큼 부주의로 인한 화재 발생 위험이 높을 것이라고 판단해 팔각광장 내 서울 중심점 등 서울 둘레길 주요 10곳을 선정, 산불진화장비 보관함을 설치한 것이다. 보관함에는 소화기, 등짐펌프, 삽, 불갈퀴 등 초기 진화에 필요한 장비가 구비돼 있다. 화재보험협회 관계자는 "산불이 초기에 진화되면 생태계 보존 및 대규모 산림 훼손을 막을 수 있다"며 "남산 둘레길에 비치된 산불진화장비가 산불 예방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산을 찾는 등산객 스스로도 화재예방을 위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화재보험협회는 또 산불 예방 활동 일환으로 소방청과 함께 산림 인접지역 주택에 화목보일러에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화목보일러는 나무를 땔감(화목)으로 쓰는 보일러로, 비용은 저렴하지만 온도장치가 없어서 과열되기 쉽고 불티가 많이 발생해 화재에 취약하다. 지난해 4월 경북 봉화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은 화목보일러실에서 날아간 불씨에서 시작돼 산림 약 120ha를 태웠고, 최근 5년 간 발생한 화목 보일러 화재가 1600건이 넘어섰다.
하지만 간이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면 화재 발생 초기에 진화하는데 효과적이라는 것이 협회 측 설명이다. 협회는 전국 18개 시도에 간이스프링클러 자재를 구매하여 배포할 계획이다. 아울러 소방청과 협력해 간이 스프링클러 설치 주택에 대한 전수 조사를 실시하고, 설치 방법과 사용법을 교육하는 등 홍보 활동도 강화할 예정이다.
gogosing@fnnews.com 박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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