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

"푸틴 이길 수 있다"는 젤렌스키.. "영토 포기해야" 美 의회 '싸늘'

러 침공 이후 세 번째 美 방문
길어지는 전쟁에 비관론 커져
우크라 지원예산 처리 미지수

"푸틴 이길 수 있다"는 젤렌스키.. "영토 포기해야" 美 의회 '싸늘'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사진)이 우크라 지원에 점차 인색해지는 미국 정치권 인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번째로 미국을 방문했다. 1994년 우크라 영토와 주권 보존을 약속했던 미국에서는 전쟁이 길어지자 우크라에게 영토를 포기하라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美 정치권 설득에 사활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젤렌스키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 도착했다. 젤렌스키의 이번 방문은 미 의회의 연말 휴회를 앞두고 우크라 지원 예산이 표류하는 가운데 긴급하게 진행됐다. WSJ는 이번 방문이 젤렌스키에게 러시아의 침공 이후 겪는 가장 큰 시련이라고 평가했다. 젤렌스키는 지난해 12월 첫 방미 당시 미 의회 연설에서 대대적인 환영을 받았다.

그러나 미 정치인들은 우크라 전선이 교착된 지난 9월에 미국을 다시 찾은 젤렌스키에게 전보다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0월 우크라와 이스라엘 안보 지원 예산을 묶어 의회로 보냈지만 공화당의 반대에 부딪혔다. 공화당은 바이든 정부가 멕시코 국경 강화에 협조하지 않으면 우크라 지원 예산을 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미 국무부는 6일 발표에서 우크라에 1억7500만달러(약 23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을 보낸다며 의회에서 추가 예산을 승인하지 않으면 더 이상 지원이 어렵다고 경고했다.

젤렌스키는 11일 미 워싱턴DC 국방대학교 연설에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언급하며 반드시 이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국방대 연설에 동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도 "푸틴은 여전히 미국과 우크라를 능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는 틀렸다"며 "미국의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의회의 예산 처리를 촉구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미 미시간대학 로스경영대학원이 이달 5~6일 미 유권자 1004명에게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48%는 '미국이 우크라에게 군사·재정적으로 과도하게 지원한다'고 응답했다. 특히 공화당 지지층의 65%는 미국이 우크라 지원에 너무 많은 예산을 쓴다고 답했다.

■'영토 포기해야' 비관론 증폭

미 공화당에서는 우크라가 지난 여름 반격에서 러시아를 밀어내지 못하자 비관론이 힘을 얻고 있다.

공화당의 제임스 데이비드 밴스 상원의원(오하이오주)은 10일 CNN과 인터뷰에서 "우크라가 러시아에 영토 일부를 할양해야 한다는 점을 받아들이는 것이 미국의 국익에 최선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제 종전에 집중해야 한다"며 종전으로 살육을 멈춰야 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침공 이후 현재 우크라 영토의 약 20%를 빼앗았으며 우크라는 지난 6월 반격 작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는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젤렌스키는 미국에게서 지원금을 받지 못한다면 군수 지원 뿐만 아니라 정부 운영도 어려워진다. 유럽연합(EU)은 이달 14~15일 정상회의에서 우크라 지원을 위해 500억유로(약 70조8445억원)의 추가 예산을 배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친러 성향의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우크라 지원 예산에 반대하겠다고 경고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