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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단체협약에 명시된 사망퇴직금은 유족 재산"

고유재산 주장 유족 손 들어줘

단체협약에서 근로자 사망 후 지급되는 퇴직금을 유족에게 지급한다고 규정했으면 이는 상속재산이 아닌 유족 고유재산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숨진 A씨 유족이 B회사 등을 상대로 제기한 부당이득금반환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로 판단한 원심을 유지했다.

이번 소송은 A씨가 사망하면서 남겨진 퇴직금을 두고 벌어졌다. A씨는 지난 2012년 4월 사망했는데, 당시 근무하던 회사로부터 받을 수 있는 퇴직금은 1억원에 달했다. 회사의 단체협약에는 '사망으로 인한 퇴직자의 퇴직금은 근로기준법이 정하는 바에 의해 유족에게 지급한다'는 규정이 있었다.

유족은 망인이 남긴 재산의 한도에서만 빚을 갚는 조건으로 상속받는 한정승인을 했다. 이에 채권자들은 퇴직금을 가압류 및 압류했고, 이 중 절반에 해당하는 5400여만원은 채권자들에게 배분됐다. 나머지 절반은 단순승인이 된다는 이유로 B사가 유족들에게 지급하지 않았다.

유족은 퇴직금은 고유재산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압류나 추심명령은 무효라며 B사와 채권자들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사망퇴직금을 상속재산과 고유재산 중 어떤 것으로 보느냐였다. 고유재산은 상속재산과 달리 원래 갖고 있던 재산을 가리킨다. 한정승인을 받은 경우 상속받은 재산 한도 내에서 빚을 갚아야 하지만, 고유재산은 채무변제 대상에서 제외된다.

1·2심은 유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지급 주체와 대상에서는 차이가 있었지만, 1심과 2심 모두 사망퇴직금을 고유재산으로 보고 B사와 채권자들이 유족에게 사망퇴직금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의 판단도 같았다.
대법원은 "단체협약에서 근로자의 사망으로 지급되는 퇴직금을 근로기준법이 정한 유족보상의 범위와 순위에 따라 유족에게 지급하기로 정했다면, 유족은 상속인으로서가 아니라 규정에 따라 직접 사망퇴직금을 취득하는 것"이라며 "이 경우 사망퇴직금은 상속재산이 아니라 유족의 고유재산이라고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다만 원심이 정한 지연손해금 이율은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며 파기자판했다. 파기자판은 상고심 재판부가 원심 판결을 파기하면서 사건을 원심 법원에 돌려보내지 않고 직접 판결하는 것을 뜻한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