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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난 인정한 아르헨티나...화폐 가치 절반으로 깎아

이달 출범한 우파 밀레이 정부, 현지 페소 가치 54% 깎아
외환 통제하려던 전임 정부에서 비정상적으로 가치 '뻥튀기'
이외에도 각종 경제 비상 조치 발표. IMF "과감한 조치" 긍정 평가

경제난 인정한 아르헨티나...화폐 가치 절반으로 깎아
지난 10월 10일 기준 미국의 100달러 지폐(가운데)와 암시장에서 같은 가치의 아르헨티나 페소 지폐(10만페소).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달 출범한 아르헨티나의 우파 정부가 전임 좌파 정부에서 비현실적으로 부풀려 놓은 화폐 가치를 약 54% 깎았다. 외신들은 이번 조치로 물가가 더 오를 수 있다고 지적했고 국제통화기금(IMF)은 새 정부가 경제난을 인정하고 대책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들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루이스 카푸토 신임 경제 장관은 12일(이하 현지시간) 새 정부의 첫 번째 비상 경제조치 10가지를 공개했다.

10가지 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화폐 가치를 반으로 깎는 조치였다. 카푸토는 이날 기준 달러당 366.5페소인 공식 환율을 달러당 800페소로 조정한다고 예고했다.

지난 10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전년 대비 142.7%를 기록했던 아르헨티나는 정부가 환율을 결정하는 고정환율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과거 정권들은 경제난 속에 모자란 외환보유고를 감추고 자본 이탈을 막기 위해 현실과 동떨어진 환율을 제시했다. 12일 기준 현지 암시장 환율은 달러당 1070페소에 이르렀다. 정부의 비현실적인 환율은 외국 투자자들의 아르헨티나 투자를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지난 10일 취임한 하비에르 밀레이 대통령은 대선 운동 당시부터 페소를 버리고 미국 달러를 공식 화폐로 도입하겠다고 주장했다. 외신들은 아르헨티나 페소 가치 추락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미 JP모건체이스는 밀레이 취임 직후 페소 가치가 약 44% 떨어진다고 내다봤다. 밀레이는 취임식에서 자신이 전임자에게 물려받은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앞으로 수개월 동안 고통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아르헨티나 물가가 수개월에 걸쳐 20~40% 가까이 더 오른다고 예상했다.

카푸토는 12일 발표에서 환율 조정 외에도 에너지·교통 보조금을 삭감한다고 밝혔다. 그는 "정치는 사람들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는 식으로 속이고 있는데, 우리는 모두 보조금이 무료가 아니라는 걸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트에서 인상된 가격으로 사람들의 교통비를 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카푸토는 1년 미만의 정부 근로 계약 미갱신, 새로운 공공사업 입찰 중지, 일부 세금 잠정 인상안도 언급했다. 동시에 정부부처를 절반으로 줄이고 수입 절차를 간편하게 개편한다고 밝혔다. 밀레이 정부는 일단 사회취약계층 보조금은 그대로 유지하고 보편적 아동 수당을 인상할 예정이다.

카푸토는 "지난 123년 중 아르헨티나는 113년 간 재정 적자를 겪었고, 항상 그 적자의 원인을 찾아야 했다"며 "이제는 재정 적자 중독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별도의 녹화 영상에서 "우리의 주요 문제는 재정 적자"라며 "경제난에 대한 결과만 공격할 뿐 누구도 재정 적자라는 원인에 대해서는 공격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IMF의 줄리 코작 대변인은 카푸토의 발표 직후 “과감한 시작 조치”라고 밝혔다. 그는 “아르헨티나 정부의 결정적인 정책 시행은 경제 안정 및 민간 주도의 보다 지속가능한 성장 토대를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르헨티나는 1956년 IMF 가입 이래 구제금융을 22차례 받았으며 이미 440억달러(약 58조원) 규모의 구제 금융 지원을 받아 내년 9월부터 이를 갚아야 한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