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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지수 파생상품, 90대 노인도 90억 넘게 샀다

초고령층인 90대도 90.8억 가입 60대 이상은 6.4조원...전체 44% ‘적합성의 원칙’ 더욱 중요해져 투자 권유 시 불완전판매 가능성↑

H지수 파생상품, 90대 노인도 90억 넘게 샀다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시중은행이 홍콩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을 90대 이상 초고령층에게도 100억원 가까이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원금 손실 가능성이 있는 초고위험 상품인 만큼 향후 금융사가 고령층에게도 ‘적합성의 원칙’을 준수했는지가 불완전판매의 핵심 잣대가 될 전망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11월 말 기준 홍콩H지수 연계 ELS 판매 실적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이 90대 이상 고객에게 판매한 홍콩H지수 연계 ELS 편입 주가연계신탁(ELT)·주가연계펀드(ELF) 잔액은 90억8000만원에 달했다.

하나은행은 90대 이상 고객 11명에게 21건의 ELT 상품을 74억1000만원 규모로 판매해 시중은행 중 90대 이상 고령층에게 H지수 연계 파생상품을 가장 많이 판매했다. 이어 NH농협은행이 6명의 90대 이상 고객에게 8건의 ELT 상품을 9억3000만원어치 팔았고 △KB국민은행(3명·6억6000만원) △신한은행(2명·8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우리은행은 90대 이상 고객에게 관련 상품을 판매하지 않았다.

60대 이상 고령층에게 판매한 비중은 전체 판매액의 절반 수준이다. 5대 은행이 60대 이상에게 홍콩H지수 연계 ELS 편입 ELT·ELF를 판매한 잔액은 6조4539억원으로, 전체 판매잔액의 44.1%를 차지한다.

이같이 은행권이 초고위험 투자상품으로 꼽히는 홍콩H지수 연계 ELS 관련 상품의 대부분을 고령층에게 판매하면서 ‘적합성의 원칙’이 불완전판매 여부를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적합성의 원칙은 금융회사가 소비자의 투자 목적 및 경험, 재산 상태 등에 비춰 적합한 투자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이를 권유해선 안 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명시돼 있고 만약 은행이 원금 보장형 상품에 투자하기를 희망한 소비자에게 손실 위험이 큰 ELS 투자를 적극 권유했다면 적합성의 원칙에 위배돼 불완전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

금융당국도 홍콩 H지수 ELS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의 원칙’이 지켜졌는지를 중점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29일 "노후 보장 목적으로 만기 해지된 정기예금을 재투자하고 싶어하는 70대 고령 투자자에게 수십 퍼센트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상품, 고난도 상품을 권유하는 것이 설명을 했는지 여부를 떠나 권유 자체가 적정했는지에 대해 적합성 원칙상 검토가 필요할 것 같다"라고 지적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도 지난 1일 “ELS는 80~90% 확률로 정기예금보다 이자가 더 나오지만, 10~20% 확률로 50% 손해를 볼 수 있는 굉장히 위험한 상품”이라며 “은행에서 ELS를 산 어르신들이 구조를 이해하기 어려웠을 텐데 이런 경우가 많으면 문제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