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13일 전격 사퇴
"윤석열 정부 성공 도와달라"... 공은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윤재옥 "여론 수렴해 수습할 것"
국민의힘, 비대위 전환 가능성 커
비대위원장으론 한동훈·원희룡·김한길 거론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사퇴의사를 밝혔다. 13일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저는 오늘부로 국민의힘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며 “지난 9개월 동안 켜켜이 쌓여온 신(新) 적폐를 청산하고 대한민국의 정상화와 국민의힘, 나아가 윤석열 정부의 성공이라는 막중한 사명감을 안고 진심을 다해 일했지만, 그 사명을 완수하지 못하고 소임을 내려놓게 되어 송구한 마음 뿐”이라고 전했다. 사진은 김 대표가 지난 1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청년, 내 집 마련 지원을 위한 당정협의회'에서 생각에 잠겨 있는 모습.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을 앞두고 쇄신론에 휩싸인 가운데 김기현 대표가 13일 당대표직을 전격 사퇴했다. '윤핵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에 이어 김 대표가 대표직을 사퇴하면서 당내 쇄신론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김 대표 사퇴로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로의 전환이 유력한 가운데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이 비대위원장으로 조기등판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민의힘 김기현 대표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당대표직 사퇴를 밝혔다. 김 대표는 "우리 당이 지금 처한 모든 상황에 대한 책임은 당대표인 저의 몫"이라며 "더 이상 저의 거취 문제로 당이 분열돼선 안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윤재옥 원내대표에게 공을 넘기며 뒷수습을 부탁했다. 그는 "윤재옥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당을 빠르게 안정시켜, 후안무치한 민주당이 다시 의회 권력을 잡는 비극이 재연되지 않도록 견마지로를 다하겠다"며 "부디 국민의힘과 윤석열 정부를 도와달라"고 당부했다.
당대표 권한대행직을 수행하게 된 윤재옥 원내대표는 당대표 사퇴로 인한 비상상황을 최대한 빨리 수습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원내대표는 김 대표 사퇴 후 기자들을 만나 "당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고 이 상황을 지혜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며 "내일(14일) 오전 3선 이상 중진 연석 회의를 통해 중진 의원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최고위원회도 정상적으로 개최해 결과를 토대로 정리된 입장을 말씀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사퇴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대패와 혁신위 혁신안 패싱 논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당시만 하더라도 수도권 위기론을 인지한 김 대표에 대한 동정론이 있었다. 하지만 인요한 위원장의 불출마 요구를 당사자인 김 대표와 중진들이 혁신위의 혁신안을 사실상 거절하면서, 당내에서 김 대표에 대한 비판 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초·재선 의원들 뿐만 아니라 중진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김 대표의 용퇴론을 꺼내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 '윤핵관' 장 의원이 총선 불출마 선언을 하면서, 친윤의 지원사격을 받은 김 대표도 거취에 대한 압박을 피할 수 없었다.
김 대표는 거취 문제를 두고 공식 일정까지 취소한 후 잠행에 돌입하기도 했다. 장고를 거듭하던 김 대표는 이준석 전 대표를 만나 심도있게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이 전 대표는 김 대표에게 사퇴보단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라는 얘기를 전했지만, 김 대표가 네덜란드 순방 중인 윤석열 대통령의 귀국일인 오는 15일 전 사퇴를 밝힘으로써 윤 대통령의 정치적 부담을 덜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만 언급하고 총선 불출마를 언급하지 않은 만큼, 내년 총선 출마 가능성은 높은 것으로 보여진다. 하태경·이용호 의원 등 당내에서 김 대표에 대한 사퇴를 요구하면서도, 정치적으로 퇴로를 확보해줘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김 대표가 대표직 사퇴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다면, 불출마 당사자들과 다른 이들 간의 혼란이 가속화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김 대표가 쇄신론에 따라 사퇴 의사를 밝힌 만큼, 다른 중진급 인사들의 거취에도 연쇄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향후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을 발표하며 비대위원장 선임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의 잔여임기가 1년 이상 남은 상황에서 총선이 5개월여 남은 만큼, 당은 빠른 시일 내 비상대책위원회를 띄워 당내 혼란을 수습하고 총선모드로 조기에 돌입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다만 윤재옥 원내대표의 당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총선을 치룰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긴 어려운 모양새다.
이에 비대위원장으로 한 장관과 원 장관, 김 위원장의 등판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내년 총선에서 한 장관과 원 장관, 김 위원장의 역할론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김 대표의 사퇴로 당내 혼란 수습이 최우선 과제로 전환되면서 세 사람에 대한 조기등판도 탄력을 받게 됐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제부턴 한 장관과 원 장관, 김 위원장의 시간"이라며 "누가 비대위원장으로 됐던 내년 총선까지 대통령의 의중이 담긴 시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