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년 장기미제로 남았던 사건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 손수건 DNA 통해 21년만에 진범 검거
이승만, 이정학 서로 "내가 쏘지 않았다"며 상대방 지목
대법 이승만, 이정학 모두 무기징역 확정
대전 국민은행 권총 강도 살인 사건의 피의자 이승만(왼쪽)과 이정학이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2.9.2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22년 전 대전에서 발생한 은행 권총강도 살인 사건의 범인들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노태악)는 14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과 이정학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지난 2001년 12월 대전 서구 둔산동에 있는 국민은행 지하 주차장에서 현금 수송용 가방을 운반하는 은행 출납과장 A씨를 권총으로 살해하고 현금 3억원이 든 가방을 챙겨 도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범행에 사용한 총기는 범행 2개월 전 대전에서 혼자 순찰하던 경찰관을 차로 들이받은 뒤 훔쳤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건은 장기 미제로 남아있었으나, 경찰은 범행에 사용된 차 안에서 발견된 마스크와 손수건의 유전자(DNA) 정보를 통해 21년 만인 지난해 8월 두 사람을 검거했다.
1·2심에서 이들은 본인이 총을 쏘지 않았다며 서로를 주범으로 지목했다.
1심은 수색대에서 군 복무를 해 총기 사용에 익숙하며 실탄 사격 경험이 있는 이승만을 주범으로 보고 무기징역을, 이정학에게는 범행에 가담한 책임을 물어 징역 20년을 선고했다.
2심은 이정학에 대한 판단에 있어 원심의 법리 오해가 있었다고 보고, 이정학에게도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승만의 경우 항소를 기각하며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강도살인죄는 사형·무기징역만을 법정형으로 규정하고 있어 사형 또는 무기징역 중 형을 선택한 다음 가중이나 감경을 했어야 한다"며 "그러나 원심은 무기징역에 대해 정상참작을 감경할 경우 선고할 수 없는 형인 징역 20년을 선고했으므로 파기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이정학은 권총의 방아쇠를 직접 당기지 않았을 뿐 범행 과정에서 인명 살상 등에 대해서는 충분히 예상하고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며 "범행 성공에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므로 죄책이 이승만보다 크게 가볍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이에 불복해 사고를 제기했지만, 대법원은 "상고 이유로 주장하는 정상을 참작하더라도 원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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