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 두드리거나 찬송가 트는 등 31회 반복적 행위
"지속적·반복적 행위... '스토킹 범죄' 구성"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이웃 간 분쟁 과정에서 일부러 층간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가 '스토킹 범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의 판단이 처음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대법관 김선수)는 14일 스토킹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지난 2021년 6월 김해시의 한 빌라에 월세로 입주한 A씨는 이웃에게 층간소음, 생활 소음 등에 불만을 표시했다. A씨는 같은 해 10월부터 한 달 넘게 자신의 주거지에서 도구를 이용해 여러 차례 벽이나 천장을 두드리거나, 찬송가를 트는 등의 방법으로 이웃에게 31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불안감 또는 공포심을 일으키는 소리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행위로 몇몇 이웃들은 수개월내에 이사하기도 했다.
A씨는 '스토킹처벌법' 위반으로 기소됐는데, 1·2심에서는 일부 유죄가 인정됐다. 1·2심 재판부는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120시간의 사회봉사와 40시간의 스토킹 범죄 재범 예방 강의 수강을 명령했다. A씨가 발생한 소음이 이웃들에게 들리도록 발생시킨 소리라고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도 이 같은 원심 판단에 문제가 없다고 봤다.
대법원은 "이웃 간 소음 등으로 인한 분쟁 과정에서 위와 같은 행위가 발생했다고 곧바로 정당한 이유 없이 ‘스토킹 행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면서도 "피고인(A씨)의 행위는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의 정당한 이유 있는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A씨의 행위는)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 행위에 해당하므로 ‘스토킹 범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번 판결에 대해 "이웃 간 일부러 소음을 발생시키는 행위도 사회 통념상 합리적 범위를 벗어나 객관적・일반적으로 상대방에게 불안감 내지 공포심을 일으키기에 충분한 지속적·반복적인 행위에 해당하면 ‘스토킹 범죄’가 성립한다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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