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점포 절도범 청소년 비중 ↑.. 대부분 '촉법소년' 처벌 어려워
피해금액 10만원 수준 소액인 탓.. 부모 대상 손배 요청도 쉽지 않아
14일 서울 마포구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안에는 절도범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이 붙어 있었다. 사진=노유정 기자
#. "이 사람은 절도범입니다. 보시면 연락주십시오." 14일 서울 마포구 한 무인 아이스크림 판매점 벽에는 여러 사람의 얼굴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을 인쇄한 종이가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더불어 '청소년비행순찰구역', 'CCTV 촬영 중' 등의 문구도 구석구석 배치돼 있었다. 점주 A씨는 "계산한 것보다 아이스크림을 더 집어 가서 매달 20%는 손실이 발생한다"면서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는 의미로 얼굴 사진만 붙여놓는다"고 한탄했다.
인건비 부담 등으로 무인점포가 늘었지만 절도 사건도 급증하고 있다. 문제는 절도범 가운데 청소년 비중이 높아 형사 처벌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업주들이 아이들 부모에게 손해배상을 요청할 수는 있지만 액수가 소액이라 부모가 응하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걸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선도심사위원회 제도 개선과 선도 프로그램 확대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 늘어나는 무인점포 절도
14일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2021년 3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전국 무인점포에서 발생한 절도 건수는 6344건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지난 2021년 3월부터 무인점포 절도 사건을 별도로 분류해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하루 평균 13건이 발생한 셈이다. 소자본 창업이라는 장점때문에 가게를 차렸던 무인점포 점주들은 늘어나는 손실에 무방비 상태다.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KICJ)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무인점포의 범죄피해 실태 및 형사정책적 대응방안 연구'에 따르면 무인점포 점주들이 가장 많이 경험한 범죄 유형도 절도(61%)가 가장 많았다.
무인점포를 운영하는 B씨는 "서울 동대문구 용두동과 서울 마포구 아현동 두곳에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데 각각 30%까지는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직원을 놓고 가게를 운영하는 인건비만큼 나온다"고 설명했다.
실제 무인점포는 어린아이도 절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CCTV로 추적할 수는 있지만 현장에서 훔치는 행위를 즉각 막을 방법이 없다. 지난 4일에는 자영업자 커뮤니티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어린이가 무인점포에서 아이스크림을 집어 든 뒤 무인 계산기 지폐투입구에 영수증 등 종이를 집어넣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올라오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소년범 그대로 풀려나
이런 상황은 무인점포를 청소년 절도의 주요 '타깃'으로 만들었다. 무인점포 절도범의 연령대별 비중은 10대가 57.3%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서울시의 한 형사과 경찰은 무인점포 절도에 대해 "젊은이들이 하는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이 놓고 가는 카드가 있으면 갖다 쓰고 물건을 하나 가져갈 것을 3개 가져가는 식의 범죄가 많다"고 했다.
절도를 벌이는 10대들은 대부분 촉법소년이어서 처벌이 어렵다. 절도범을 처벌하더라도 피해가 10만원 수준의 소액에 그쳐 합의가 안 돼도 벌금형이 내려지는 등 처벌이 가벼운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14세 미만 청소년들은 선도심사위원회 심의를 받지 않으며 선도 프로그램 대상에서도 제외된다.
선도심사위원회는 전문위원들이 모여 만 14세 이상 19세 미만의 소년을 대상으로 초범이며 죄질이 경미한 경우 회의를 거쳐 훈방이나 즉결심판을 내리는 등의 선처를 하는 것이다.
이 경우 소년들은 선도프로그램을 반드시 이수하게 돼 있다.
전문가는 무인 점포의 시스템 자체를 개선해 예방해야 한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는 "절도 범죄자들은 습관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매장의 허점을 쉽게 파악한다"면서 "무인점포에 들어갈 때 신용카드를 사전 등록하게 하는 등 신분을 공개하지 않으면 들어가거나 나오지 못하게 해 무인점포 취약성 자체를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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