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위 해운사 머스크, 홍해 항행 중단
5위 해운사 하팍로이드도 일시 중단
예멘 후티 반군, 잇단 공격에 수에즈운하 포기
전세계 화물선 30%, 수에즈운하 거쳐
[파이낸셜뉴스]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예멘 후티반군의 선박 공격이 늘면서 유럽과 아시아·중동 핵심 항로인 홍해 항행을 중단하기로 해 연말 전세계가 물류대란에 직면하게 됐다. 지난달 20일(현지시간) 공개된 사진에서 홍해를 지나는 화물선 갤럭시리더호 위를 후티반군 군용헬기가 비행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세계 주요 해운사인 덴마크 해운사 AP몰러 머스크와 독일 하팍로이드가 15일(이하 현지시간) 수에즈운하 통과에 꼭 필요한 홍해 항행을 중단하기로 했다. 세계 최대 유조선사인 머스크탱커스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완제품·반제품, 또 중동 석유가 오가는 지름길인 수에즈운하 대신 화물선과 유조선들이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가야 하게 생겼다.
전세계 화물선 30%가 지나는 수에즈운하를 쓰지 못하게 되면서 연말 쇼핑 대목을 앞두고 전세계가 물류대란을 겪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계 2위 해운사인 머스크가 이날 모든 선박들에 홍해 남쪽 끝자락의 바브-엘-만데브해협을 "추후 통지가 있을 때까지 항행하지 말 것"을 지시했다.
예멘 후티족 반군이 여러 차례 이 해협을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한 뒤 이같은 조처가 나왔다.
머스크는 이 해협을 항행하는 선박들에 대한 공격으로 선원들이 '심각한 위협'에 노출돼 있다면서 "홍해 남부와 아덴만의 극도로 고조되는 보안상황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세계 5위 화물선사인 하팍로이드 역시 "18일까지 모든 화물선 홍해 통과를 중단한다"면서 "추후 항행 중단 기간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 실제 위협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14일 자사의 머스크 지브롤터호가 바브-엘-만데브 해협 인근에서 후티반군의 공격을 아슬아슬하게 피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또 15일에는 하팍로이드의 화물선 한 척이 공격을 받은 점도 들었다. 보도에 따르면 공격을 받은 이 화물선은 발사체 공격을 받은 뒤 화재가 발생했다.
해운사 머스크와 하팍로이드의 항행 중단 결정에 앞서 머스크와는 별도 회사인 유조선사 머스크탱커스가 홍해 항행 중단을 결정했다.
머스크탱커스는 산하 유조선 모두를 홍해를 거치는 수에즈운하 대신 아프리카 대륙을 돌아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을 거치는 항로를 택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머스크탱커스는 세계 최대 유조선사 가운데 한 곳이다.
예멘 일부 지역을 장악한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반군은 하마스가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한 뒤 중동지역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홍해를 지나가는 선박들에 대한 무차별 공격을 확대하고 있다.
홍해 항행 중단은 전세계 물류대란을 부를 수 있다.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는 수에즈 운하를 쓸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수에즈운하는 전세계 화물선 물동량의 약 30%가 지나다니는 곳으로 이 항로가 막히면 완제품, 반제품 국제 교역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아울러 수에즈운하는 원유 등 에너지 자원이 이동하는 핵심 해상로이기도 하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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