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집값, 높은 물가로 노숙자 급증
팬데믹 기간 보조금과 주택압류 중단 조처가 만료된 것도 영향
장애인·베이비붐 세대 퇴직자들도 빠르게 노숙자 대열에 합류
[파이낸셜뉴스]
미국 노숙자 수가 올해 65만3000여명으로 1년 사이 12% 폭증해 노숙자 수, 증가율 모두 사상최고를 기록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지난 6일 노숙자들이 점령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델레스(LA)의 한 거리. AP뉴시스
미국 노숙자 수가 올해 65만3000여명으로 사상최고를 기록했다. 지난해보다 12% 급증했다.
높은 인플레이션(물가상승)과 집 값 고공행진 속에 노숙자가 대폭 늘었다.
특히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지급됐던 정부 보조금이 사라진 것이 노숙자 급증을 부른 것으로 분석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이하 현지시간) 주택비용 상승, 싼 임대 주택 공급 제한, 오피오이드 중독 확산, 팬데믹 기간 보조금 만료 등이 노숙자 급증을 불렀다면서 이같이 보도했다.
연방정부 자료에 따르면 뉴욕시, 매사추세츠주, 시카고시 등에 중남미 출신 이민자들이 급속히 유입된 것도 노숙자 통계치가 급격히 늘어난 배경 가운데 하나다.
미 주택도시개발부(HUD)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집이 없어 떠돌아 다니는 미 노숙자 수는 지난해 이후 12% 증가했다.
증가폭과 규모 모두 2007년 관련 통계 작성 이후 사상최고 수준이다.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면 이전 노숙자 증가율 최고치는 2019년에 기록한 2.7%였다.
HUD 공동체계획개발국 부국장 매리언 맥파든은 "공실률이 사상최저로 떨어진 임대주택 시장의 어려운 여건과, 팬데믹 기간 주택 프로그램 종료, 생애 첫 노숙자가 된 이들의 증가 등이 노숙자를 늘렸다"고 말했다. 생애 첫 노숙자는 대개 은퇴로 소득이 사라진 베이비붐 마지막 세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많은 전문가들은 노숙자가 팬데믹 기간 크게 늘었지만 통계에는 미처 잡히지 못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팬데믹 기간 주택 퇴거를 제한하는 규정으로 인해 집에서 쫓겨나지 않았던 이들이 지금 대거 무주택자가 되고 있는 것도 노숙자 급증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HUD는 매년 초기 미 전역의 노숙자 쉼터, 거리 노숙인 수를 하루 동안 집계해 노숙자 통계를 낸다.
제한적인 기간에만 통계를 내기 때문에 실제로는 노숙자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번 통계에서는 노숙자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만성적으로 무주택 상황을 겪는 이들이 12% 폭증했고, 이 가운데에는 지난 3년간 최소 1년 또는 주기적으로 무주택자로 지낼 수밖에 없었던 장애인들도 많았다. 이들 장애인 가운데 3분의2가 올해 노숙자 통계로 잡혀 역대 최고 비율을 기록했다.
또 베이비붐 세대 가운데 가장 어린 세대가 은퇴하면서 이들이 빠르게 노숙자가 되는 흐름도 포착됐다. 이른바 '실버 쓰나미'로 베이비붐 세대의 마지막 연령대인 54세 이상 성인 노숙자가 전체의 25%를 넘었다.
청년들과 아이가 달린 가족 노숙자 수도 각각 15% 늘었다.
인종별로는 남미계, 즉 히스패닉이나 라티노 노숙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55% 폭증했다.
뉴욕과 시카고 등 대도시 지역에 남미계 이민, 난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남미계 노숙자가 대폭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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