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관 사격 중지 명령에도 공격
2명은 즉사, 1명은 히브리어로 도움 요청하며 엄폐물 찾다 사망
인질 가족들, 인질석방 촉구하며 반정부 시위
이스라엘-카타르, 유럽모처에서 인질석방 협상 나섰지만 소득 없어
[파이낸셜뉴스]
이스라엘군이 인질 3명을 하마스 무장세력으로 오인해 사살했다는 발표가 나온 하루 뒤인 16일(현지시간) 텔아비브에서 인질 가족들이 정부에 인질석방을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하는 반정부 시위를 하고 있다. 16일 이스라엘군에 따르면 당시 작전 중이던 군인들이 백기를 흔들며 투항하는 인질들을 사살해 교전수칙도 어겼다. AP뉴시스
이스라엘군이 백기를 흔들고 있는 인질들을 사살한 것으로 16일(이하 현지시간) 확인됐다.
앞서 이스라엘방위군(IDF)은 가자시 동부에서 작전 중이던 군이 인질 3명을 하마스 무장세력으로 오인해 사살했다면서 관련 사건을 조사 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이스라엘군 관계자는 당시 작전 중이던 군이 윗도리를 입지 않고 백기를 흔들던 남성 인질들을 오인해 사살했다면서 교전수칙 위반이라고 말했다.
이 군 관계자는 이들 인질이 이스라엘군 위치에서 '수십미터' 안에 있었다고 밝혔다.
당시 사살된 인질 3명은 요탐 하임, 알론 샴리즈, 사머 탈랄카로 하마스에 잡혀있다 탈출한 것으로 IDF 조사 과정에서 추측됐다.
이들은 전날 이스라엘군이 수습한 사망한 인질 3명과는 다른 이들이다.
소식통에 따르면 당시 이스라엘 군인 1명이 이 인질들을 하마스 무장세력으로 판단했다. 이스라엘 군인들을 함정에 빠뜨리려 했다고 봤다는 것이다. 이들 가운데 한 명이 창백한 흰 피부에 붉은색 머리였지만 이들이 인질일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사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2명은 그 자리에서 즉사했고, 세번째 사망자는 히브리어로 도움을 요청하며 엄폐물을 찾아 달리다 죽었다. 이스라엘 군 관계자는 사격 도중 지휘관이 사격 중지를 명령했지만 병사들이 명령을 따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인질 사망 사건은 팔레스타인 인권 단체들이 이스라엘군의 교전수칙 위반 사례를 자주 지적한 가운데 나왔다. 인권단체들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백기를 흔드는 가자 시민들을 향해서도 사격을 한 경우가 수차례에 이른다.
팔레스타인 보건부에 따르면 가자지구 지상전과 공습으로 팔레스타인 사람 1만8000여명이 숨졌다.
하마스가 그동안 이스라엘의 무차별 공습으로 여러 인질들이 목숨을 잃었다고 주장한 가운데 이번에는 군이 대놓고 인질을 사살한 사실이 확인돼 파장이 커지고 있다.
오인사격 사실이 알려진 뒤 인질 가족들은 분노했다.
여전히 약 130명이 하마스에 붙잡혀 있는 가운데 이들 가족은 16일 텔아비브에서 시위에 나섰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에게 인질들이 안전하게 석방될 수 있도록 협상에 나서도록 촉구했다.
인질들이 계속 죽어나가고 있지만 민족주의 성향의 이스라엘 극우 정부는 전쟁을 통해 하마스를 약화시는 것만이 인질 석방의 확실한 방법이라고 고집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인질들의 목숨까지 위험하게 만들 가자지구 땅굴 바닷물 물바다 작전을 개시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인질 가족들이 거세게 반발하는 와중에도 이스라엘은 16일 인질들이 사살된 가자지구 동부에서 군작전을 강화했다. 셰자이야, 칸유니스 등 도시에서 공습과 시가전을 강화했다.
또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 주민들 대피소로 사용되는 학교 한 곳에 드론 폭격을 하면서 알자지라 방송 카메라맨이 숨졌고, 특파원은 부상을 입었다.
한편 이스라엘은 하마스와 인질 석방 협상을 지속했다.
유럽 모처에서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 수장 다비드 바르네아가 양측 협상 다리역할을 하고 있는 카타르의 모함메드 빈 압둘라흐만 알 타니 총리를 만나 인질 추가 석방을 논의했다.
지난 2일 이후 첫 만남이었다.
하마스는 남은 인질들 대부분을 이스라엘군이라면서 이들을 석방하려면 이스라엘이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사람 7000여명 전부, 또는 상당수를 석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소식통에 따르면 협상은 긍정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되고 있지만 성과가 더디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