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여 전 거제도 앞바다에서 실종된 김종안씨의 친누나 김종선씨가 14일 국회 기자회견을 통해 54년 만에 나타난 생모가 동생의 사망 보상금을 모두 가져가려고 해 억울하다며 울분을 토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 두 살 된 자식을 버리고 수십년간 동안 잠적했던 친모가 54년 뒤 장례식장에 나타나 ‘목숨값’을 챙겨간 사실이 알려졌다.
17일 법조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2021년 1월 경남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실종된 고(故) 김종안씨(당시 56세)의 누나 김종선씨(61)가 구하라법 통과를 외치고 있다.
1967년 2살짜리 김종안씨 등 어린 3남매를 놔두고 집을 떠났던 친모 A씨는 김종안씨 실종소식에 54년만에 나타나 ‘유일한 상속자는 나뿐이다’며 배타적 상속권리를 주장했다.
두 살배기 아들을 버리고 떠났던 A씨는 선박회사의 위로금 5000만원을 챙긴 뒤 종안씨 명의의 집과 통장을 자신 명의로 바꿔놓았다.
이어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3000여만원을 지급해달라”는 소송까지 냈다.
A씨는 “내가 두 살까지 키웠으니 나한테 권리가 있다”라며 종안씨 ‘목숨값’의 정당한 주인이라고 주장했다. 그렇게 친모는 사망 보험금과 보상금을 합쳐 3억원을 챙겼다.
A씨가 종안씨 목숨값을 챙길 수 있었던 이유는 현행법상 그가 가장 높은 상속순위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민법 제1004조를 보면 유언 강요, 살인 등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직계존속 등 법정 상속인의 상속이 가능하다. 종안씨의 경우 배우자와 자녀가 없어 직계존속인 생모가 상속 우선자가 됐다. 사실혼 관계 배우자가 있었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않아 상속 대상이 되지 못했다.
누나 종선씨는 “54년 동안 엄마 대신 고모와 할머니가 우리 삼남매를 키웠다”며 “보상금을 받아도 그분들이 받아야지, 양말 한 켤레, 사탕 하나 안 보내놓고 이제 와서 생모라고 자식 목숨값을 챙기는 게 법이고 정의인가”라고 눈물을 흘렸다.
비슷한 일은 과거에도 있었다. 2019년 11월 가수 구하라씨가 세상을 떠나자 20년간 연락도 없던 친모가 뒤늦게 나타나 재산 상속을 요구했다.
이에 ‘부모 자격이 없는 자’에 대한 상속을 막아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며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일명 구하라법(민법 일부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에 잠들어있다.
발의된 개정안은 상속 결격 사유에 ‘양육 의무를 중대하게 위반한 자’를 추가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자식을 제대로 부양하지 않은 부모를 상속인에서 제외하자는 것으로, 부양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할지를 정하는 일만 남았다.
하지만 국회와 정부, 여야가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국회에서 수년째 계류 중이다. 상속 박탈 여부에 대해 법무부는 법정이, 서영교 민주당 의원은 가정법원이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올해 안에 통과될지도 미지수다.
종선씨는 지난 3년간 국회와 법원을 쫓아다니며 이 법 통과를 촉구하는 동안 생계마저 막막해졌다고 한다. 그는 “국민들도 문제 있다고 생각하는 법을 왜 3년째 바꾸지 못하는 겁니까. 짐승이 아니고 사람이라면, 부모라면, 엄마라면, 양심이 있어야지요”라며 “추운 바다에서 애타게 누나를 불렀을 동생을 생각해 죽어도 법을 꼭 바꾸고 죽겠다”고 다짐했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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