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신흥시장으로 보고 경제적인 논리로만 접근
장기적 전략적 협력 필요
국립외교원 교수
내년 초 인도 총선에서 여당인 인도인민당(BJP)의 승리가 점쳐지고 있어 2014년 취임한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15년 장기집권 가도에 파란불이 켜졌다. 모디 총리는 인도가 올해 세계 5위 경제대국이 된 자신감을 바탕으로 금세기 중반까지 글로벌 강대국이 되겠다는 야심 찬 비전을 내놨다.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이 높아진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모디 정부 최대의 업적으로 내세울 정도로 인도의 '전방위 외교(all-alignment)'는 일견 성공적이다.
인도는 쿼드(Quad) 참여로 미국 등 서방진영과 전략적 연계를 강화함으로써 미중경쟁 구도의 향방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전략적 키를 쥐게 되었다. 서방과 달리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해서는 중립을 유지하여 미국의 주적인 러시아에 대한 영향력도 더욱 확대했다. 또 아시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 등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대변자 역할을 자처하여 개도국에 대한 전략적 공간도 대폭 넓히고 있다. 가히 진영과 선진·개도국을 가리지 않는 문어발식 외교로 실리와 경제적 이익을 챙겨온 것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원칙도 없고 실리만 추구하는 듯한 인도 외교의 방향성을 규정하는 일관된 논리와 사고가 있다. 바로 중국에 대한 위협인식과 대응전략이다. 중국에 대한 전략 인식 전환의 계기는 2020년 6월 히말라야 라다크 지역에서 발생한 군사충돌이다. 역내 핵심 해상수송로인 남중국해에 대한 중국의 군사적 장악 시도, 히말라야 국경(LAC) 현상변경 시도, 일대일로 사업을 통해 인도의 전통적 세력권인 인도양 지역 진출 등 중국의 수정주의적 대외전략은 인도의 전략적 이익을 근본적으로 침해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경제규모 면에서 중국의 5분의 1에 불과한 인도는 미국처럼 대놓고 중국과 부딪칠 여유가 아직은 없다. 따라서 인도는 대외전략의 초점을 최대 안보위협으로 떠오른 중국의 '전략적 봉쇄'를 돌파하고, 대중국 전략적 억지(deterrence)를 강화하는 데 맞추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도의 전방위 외교는 신장된 국력과 자신감의 발로인 동시에 중국의 팽창에 대한 전략적 위기감과 취약성을 반영하고 있다.
실제 현재 인도·중국 관계는 최악이다. 모디 총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몇 년째 거부하고 있어 양국 간 고위급 교류는 전무하다. 이는 인도가 의도한 결과이다. 그래서인지 지난 9월 인도가 주최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시 주석은 총리를 보내고 아예 불참했다. 중국이 새로운 지역질서 비전으로 내세우는 '인류 운명공동체'에 대해서도 인도는 극히 부정적이다. 중국 중심의 아시아 단극체제(unipolar Asia)는 수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진핑 체제의 중국이 현재와 같은 아시아 패권 야망을 포기하지 않는 한 양국이 추구하는 전략적 이해는 구조적으로 양립 불가능하다. 인도가 미국 등과 쿼드 차원의 안보협력을 하면서도 서방의 주적인 러시아와 우호관계를 유지하려는 일견 모순된 전략을 추구하는 이유도 오로지 중국 견제를 위한 전략적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아시아에서 중국의 독점적 영향력이 강화되는 현실에서 역내 지정학적 균형추의 한 축을 쥐고 있는 인도를 끌어당겨야 한다. 우리의 국익에 부합하는 역내 규범기반 질서 구축에 중요한 파트너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재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협력은 미미한 수준이다. 외교안보적 위상이 높아진 인도의 한국에 대한 '전략적 무관심'도 중요한 이유이지만 인도를 '거대 신흥시장'으로만 보고 경제적 논리로만 접근해 온 한국의 대인도 전략도 문제다.
인도를 진정한 파트너가 아니라 남보다 먼저 뚫고 들어가 물건을 팔 수출시장으로만 대해서는 서로 전략적 신뢰를 구축하기 어렵다. 획기적 인식의 전환과 과감한 접근을 통해 단기적 손익거래를 넘어 장기적으로 지속가능한 협력을 지향해야 한다. 우리의 전략적 사고에는 아직 인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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