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계획 발표
일자리·인프라·주거시설 확충키로
정부가 18일 전부처 합동으로 지역소멸 대응책을 발표했다. 사진은 경북 고령군 개진면 들녘에서 농민과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단무지용 무를 수확하는 모습. /사진=뉴스1
정부가 16개 부처 합동으로 '제1차 인구감소지역 대응 기본계획'을 18일 발표했다. 지역 맞춤형 일자리 창출과 산업 진흥, 매력적인 정주여건 조성 지원, 생활인구 유입 및 활성화 등을 3대 전략으로 제시했다. 89개 인구감소 지역과 관할 11개 시도가 상향식으로 수립한 기본계획을 종합한 최초의 범정부 종합계획이다.
정부가 종합계획을 내놓은 것은 지역소멸 위기가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고, 방치하면 국가 경쟁력에 악영향을 미치며 종국에는 나라 전체가 공멸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저의 출산율로 이미 인구감소 시대에 접어든 한국은 인구의 수도권·도시 집중에 따른 농산어촌 지역의 소멸위기 극복이라는 난제도 동시에 안고 있다.
이미 군 단위 지방자치단체들은 인구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40% 내외에 이를 정도로 고령화는 심각한 단계에 도달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인구감소 지역은 89개이지만 소멸 위험지역으로 분류된 곳은 전체 지자체의 절반이 넘는 118곳에 이른다. 고령자 대부분이 사망하는 20여년 후면 전 국토에 사람 그림자를 찾아볼 수 없는 유령 마을들이 넘쳐날 것이다.
저출산도 문제이지만 그나마 줄어드는 인구가 도시로, 특히 수도권으로 몰리는 현상을 막지 못하면 도시는 사람이 넘쳐나고 시골은 공동화되는 기형적 국토로 변질될 것이다. 이미 농어촌은 물론이고 구도심까지도 빈집이 늘어 미관을 해치고 우범지역화되는 문제를 노출하고 있다.
정부가 이날 발표한 대책에는 이런 현실을 고려해 인구감소 지역을 대상으로 일자리를 늘리고 주거환경을 개선해 어디나 살기 좋은 곳을 만들겠다는 계획이 담겨 있다. 16개 부처와 지자체가 함께 수립했다는 점에서 실효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가 어느 때보다 큰 게 사실이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자면 필요한 것은 뻔하다. 일할 곳이 있어야 하고 학교와 병원, 교통수단 등 인프라 시설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 주거 공간과 여건, 환경도 중요하다. 이런 점에서 수도권 지역의 거주조건은 어느 지역보다 월등하다. 젊은이들이 너도나도 수도권으로 몰려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심지어 2대 도시인 부산마저 수도권 등지로 청년들이 빠져나가 '노인과 바다'만 남을 것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오고 있는 형편이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 억제책을 수십년째 펴고 있는데도 공염불에 그치고 있는 것은 그동안 정반대의 길을 걸어왔기 때문이다. 겉으로는 억제책을 내세우면서도 주요 산업단지를 수도권에 건설하고 각종 인프라를 계속 늘렸다. 그러다 보니 인구 쏠림이 점점 가속화되는 악순환이 지속돼 왔다.
행정수도 이전과 공공기관 지방 이전, 혁신도시 건설 등의 대책도 별무신통이다. 혁신도시는 도리어 주변 지역민을 끌어들여 농어촌 공동화를 촉발하는 엉뚱한 결과를 낳았다.
이번 대책은 이런 종전 정책들의 실패한 전철을 밟지 말아야 한다. 일자리와 인프라, 주거시설이라는 3박자가 두루 갖춰지지 않고 어느 하나라도 계획대로 안 되면 돈만 쏟아붓는 또 하나의 실패사례로 남을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으려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끊임없이 소통하면서 가능한 한 많은 권한을 중앙에서 지방으로 넘겨서 실질적으로 현지에서 효과가 있을 정책을 펴 나가도록 자율성을 보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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