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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 '빈 일자리' 갈 바에"… '쉬는' 청년 40만명

고용률 오르고 실업률 내리지만
일하는 고령층이 지표 이끌어

"제조업 '빈 일자리' 갈 바에"… '쉬는' 청년 40만명
올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소위 '경제의 허리' 40대 취업자 수를 사상 처음 웃돌 것으로 전망된 가운데 18일 오후 서울서부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일자리 정보가 마련돼있다. 연합뉴스
양호한 성적표를 받아든 고용시장 속에서 청년 고용은 여전히 회복세가 뚜렷하지 않다. 11월 고용률과 실업률은 각각 역대 최고·최저 수준을 기록했지만 지표를 주도하는 연령은 고령층 인력이었다. 청년층 일자리는 지난해 11월부터 계속해서 내리막길을 걷는 중이다. 경제활동지표에서 배제된 '쉬었음' 청년도 40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18일 통계청 등에 따르면 11월 취업자 수는 전년동월 대비 27만7000명 증가해 33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서비스업 인력수요가 점차 통상 수준으로 돌아오며 증가폭은 둔화세에 들어섰지만 여전히 고용지표상으로는 훈풍이 불고 있다. 9월과 10월 30만명대 수준의 증가폭보다는 다소 둔화된 모습이지만 여전히 월 20만명 수준의 증가세를 기록 중이다. 다만 호황처럼 보이는 고용시장 안쪽에서는 이를 체감하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존재한다. 취업자 전체 규모가 커지는 만큼 내부에서는 연령별 양극화도 폭을 벌리는 중이다.

11월 기준 증가한 60세 이상 취업자 수는 29만1000명이다. 당월 전체 증가분보다 많다. 증가세를 끌어내린 것은 오히려 6만7000명 줄어든 청년층(15~29세) 일자리다. 11월까지 13개월 연속 감소세다. 인구감소의 영향이 상당하지만 결과적으론 청년층의 신규 유입보다 은퇴를 미룬 고령층의 시장참여가 고용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의미다.

고령층 일자리는 공공·보건·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 코로나 엔데믹 이후 늘어난 서비스업 인력수요가 점차 완만해지는 것을 고려하면 점차 증가세에 기여하는 정도도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최근 특수를 누리고 있는 조선업은 '빈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관련 기술이나 힘든 육체노동을 필요로 하는 만큼 고령층의 진입이 쉽지 않아서다. 빈 자리를 채워야 할 청년들에게는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중구조, 저임금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질 나쁜 일자리'로 인식되고 있다. 마찬가지로 '빈 일자리' 문제를 공유하고 있는 농촌도 같은 처지다.

통상 '견조한 일자리'로 여겨지는 제조업은 이제서야 회복세에 진입하는 중이다. 결과적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질 좋은 일자리' 숫자는 올라오지 못한 채 '지표상의' 회복세를 보이는 셈이다.

인력을 구하지 못해 난항을 겪는 기업과 현장이 속출하는 가운데 아예 경제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쉬었음' 청년은 40만여명에 이르고 있다. 정부 조사에 따르면 과거와 달리 직장을 다닌 경험이 있는데도 이탈하는 사례는 '쉬었음'의 75% 수준으로 계속해서 늘고 있다. 일에 대한 스트레스나 과도한 업무시간, 낮은 복지 등의 이유로 아예 구직을 하지 않는 인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결국 지표상의 빈 일자리는 청년층에게 '없는 일자리'와 마찬가지다. 노동환경이 개선되지 않는 한 스스로 진입할 가능성이 없어서다.

1조원의 재정을 투입하는 '쉬었음' 청년대책 역시 고용시장의 근본적인 '일자리 미스매치' 해결에 초점을 뒀다.
정부도 현재의 인력난은 미래의 인구감소보다 현재의 노동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고 인식한다는 의미다. 기존 일자리 대책에서 새롭게 신설한 프로그램들 역시 기업에 대한 교육과 더불어 청년층에 대한 심리상담 등 환경 인식과 개선 관련 사업들이다.

기재부는 "실업률을 줄이는 데 밀접했던 과거 일자리 대책과 달리 최근에는 비경제활동인구의 해석과 대책 마련에 집중하는 경향"이라며 "노동시장의 근본적인 미스매치를 해결해야 한다"고 밝혔다.

chlee1@fnnews.com 이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