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인요한 혁신위' 조기해산
주류 희생 줄기차게 외쳤지만 '장제원 불출마' 신호탄 그쳐
'누구로 채우나'는 남은 숙제
혁신은 정당의 오래된 숙제이자 선거 때마다 반복적으로 떠오르는 화두다. 특히 올해 여야 지도부는 각자의 리스크를 돌파하기 위해 본격적인 총선 경쟁 전부터 일찌감치 혁신위원회를 띄워 정당 혁신을 시도했다. 비록 각종 논란 끝에 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와 인요한 국민의힘 혁신위는 조기해산 수순을 밟았지만 '이미지 쇄신'이라는 숙제는 여야 모두에 무거운 숙제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22대 총선이 다가오면서 인적 쇄신에 대한 압박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에선 대표적 친윤석열계인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주류 희생에 신호탄을 쏘았다. 이를 계기로 민주당에서도 비이재명계 의원들이 친이재명계 의원들의 희생을 요구하고 나서는 등 파장이 생기는 모양새다.
■불붙은 희생론
18일 여권에 따르면 TK(대구·경북)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장 의원이 주류 중 처음으로 인요한 혁신위가 요구한 희생안에 응답하면서다.
인 혁신위는 지난 11일 중진·지도부·친윤계 의원들의 총선 험지출마 또는 불출마를 담은 혁신안을 최종 보고하고 활동을 마무리했다. 혁신위는 그간 희생요구를 두고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조기 종료하면서 혁신안도 폐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그러나 장 의원이 끝내 불출마 결단을 내린 데 이어 김기현 전 대표가 전격 사퇴하면서 기류가 바뀐 분위기다. 여권에선 이를 두고 영남 중진 희생론에 물꼬가 트였다는 얘기가 나온다.
민주당 지도부는 장 의원 불출마와 김 대표 퇴진에 대해 "혁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홍익표 원내대표)"며 평가절하에 나섰다. 대통령 한마디에 물러나는 건 혁신이 아니라는 게 표면적 이유이지만 주류 희생에 대한 요구가 민주당까지 번지는 것을 조기 진화하려는 의도로도 읽힌다. 민주당에선 비명계 의원 모임인 원칙과 상식(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이 총선 승리를 위한 지도부 교체와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다. 여기에 초선 이탄희·홍성국 의원이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인적 쇄신론이 본격 점화됐다.
민주당의 평가절하에 국민의힘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이날 최고위회의에서 "(민주당의 비판은) 혁신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다는 사실을 감추기 위한 방어적 태도에 불과하다"며 "우리 당도 (혁신이) 쉽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며 선당후사에 따른 희생을 바탕으로 혁신의 길을 걸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혁신에 방점을 찍으며 당대표 공백으로 인한 혼란을 수습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희생 명분 살리려면 인물 영입 집중해야"
총선 때마다 거론되는 주류 희생론은 '인물 교체만큼 당의 혁신을 보여줄 만한 확실한 지표가 없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한다. 깃발만 꽂으면 되는 지역에서 기득권을 누려온 이들이 물러나는 모습을 보여야 국민이 당에 새로운 기대를 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주류 희생이 총선 승리로 직결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장 의원의 불출마와 김 대표의 사퇴선언도 국민의힘 정당 지지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 상황이다. 리얼미터가 지난 14∼15일 전국 18세 이상 1200명을 대상으로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은 직전 조사 대비 1.2%p 낮은 36.7%, 더불어민주당은 1.0%p 오른 44.7%로 집계됐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조사 직전인 지난 12일 장 의원은 불출마, 13일 김 전 대표는 사퇴를 선언했다.
주류 희생이 총선 승리로 이어지려면 '누구를 교체할 것인가'보다 '누구로 채울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현재 국민의힘에선 중진 불출마가 검사 공천을 위한 수단으로 거론되고 있는데 그러면 국민들에게 실망만 남는다. 친이재명계 원외 인사를 등용하기 위해 현역을 내치려고 하는 민주당도 마찬가지"라며 "희생 명분을 살리려면 계파 공천이 아닌 국민 대표성을 갖는 새로운 인물 영입에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여권 인사도 "기득권이 물러나는 모습은 국민에게 긍정적으로 다가온다"면서도 "친윤을 날리고 친윤이 오면 소용이 없다"고 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무조건 중진은 안 된다는 식으로 가면 안 된다.
오히려 중진 교체는 당에 손해"라며 "사람이 바뀌어야 한다고 하지만 대부분 희생론은 '사람만' 바뀌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인적 쇄신을 넘어 정당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요한 혁신위가 제안한 '청년 비례대표 공천 할당', 김은경 혁신위가 제안한 '복당 제한' 등은 다른 혁신안에 밀려 사실상 잊혀졌지만 국민의 신뢰를 얻기 위해선 오히려 이 같은 혁신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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