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영국 합병 경쟁 우려 반대, 美도 반독점 소송 준비에
어도비, 피그마 합의하에 합병 취소
어도비 피그마와 합병 안해도 관련 업계에서 상당한 지위 확보 평가
15개월을 끌어왔던 어도비와 피그마의 합병이 무산됐다. /사진=AFP연합뉴스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반독점 규제에 대형 빅딜이 결국 무산됐다. '포토샵'으로 잘 알려진 미국 소프트웨어 기업 어도비가 디자인 소프트웨어 기업 피그마와의 합병을 취소한 것이다. 어도비의 빅딜이 무산됐지만 어도비 주가는 18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2% 이상 상승했다. 피그마와의 합병 없이도 어도비가 관련 시장에서 이미 상당한 위치에 올라와 있다는 이유에서다.
18일(현지시간) 어도비는 지난해 9월 피그마와 체결했던 합병 계약을 종료하기로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피그마 인수를 공식 발표한 지 15개월 만이다. 어도비는 지난해 9월 200억 달러(약 26조원)에 경쟁사인 피그마를 인수하기로 발표했었다. 양사의 이같은 합병 취소 결정은 EU(유럽연합)과 영국 경쟁당국이 두 회사 합병이 경쟁을 저해한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최고경영자)는 "어도비와 피그마는 경쟁당국이 내놓은 조사 결과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독자적인 길을 가는 것이 양사에게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피그마의 CEO 딜런 필드도 "우리가 기대했던 결과가 아니다"라며 합병 무산에 유감을 표시했다.
그는 "전 세계 규제 당국에게 우리의 비즈니스, 제품, 서비스 시장 간 차이점을 설명했지만 더 이상 당국의 승인을 받을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라고 설명했다.
양사의 합병 취소 공식 발표 이전에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 8월 1단계 조사인 예비조사 결과 어도비와 피그마의 합병이 글로벌 웹 기반 디자인 서비스 분야에서 경쟁을 제한할 우려가 있다며 심층 조사를 개시한다고 밝혔다.
이어 영국 시장경쟁청(CMA) 역시 지난달 말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가 영국의 디지털 디자인 부문에 해를 끼칠 수 있다는 잠정적인 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미국 법무부도 어도비의 피그마 인수를 막기 위해 반독점 소송을 준비해 온 것으로 전해졌다.
어도비는 피그마 인수를 취소하면서 위약금 10억 달러(약 1조3000억 원)를 피그마에 지급하게 됐다.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LA에서 열린 어도비MAX 2023에 참석한 디자이너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월가에서는 피그마 인수 철회가 어도비에 부정적이지 않은 것으로 반응했다.
실제로 이날 피그마 인수 철회 소식에도 어도비 주가는 2%대 올랐다.
투자은행 에버코어 ISI의 분석가 커크 마테른은 투자자들에게 "어도비는 피그마가 없어도 문제없다"라고 분석했다.
그는 "어도비는 생성형 AI에 대한 투자로 인해 피그마 인수를 발표했을 때보다 훨씬 더 강력한 위치에 있다"며 "오히려 어도비는 인수 취소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라고 짚었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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