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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좁은 가림막 안에서...'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제거 총력전

[르포] 좁은 가림막 안에서...'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제거 총력전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담벼락에 복구 작업을 위한 녹색 가림막이 설치돼있다.
[파이낸셜뉴스] "문화유산 긴급 보수공사, 통행에 불편을 드려 대단히 죄송합니다."
영하 12도까지 떨어진 2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종로구 경복궁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담벼락 약 40m를 가리고 있는 초록색 가림막 틈새로 '드르륵'하는 요란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소리에 한복을 입고 지나가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기도 했다.

폭 2m가 채 안 되는 좁은 가림막 안에는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의 흔적이 있었다. 하얀색 작업복을 입은 작업자들은 가림막 안과 밖에서 테러의 흔적을 지우기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었다. 에어프레셔, 레이저 세척기, 화학 약품 등 모든 수단이 동원된 상태였다. 추운 날씨에도 작업자들의 이마에는 땀이 맺혀있었다. 지나던 시민들은 경복궁의 현재 상황에 안타까워하며 피의자들에 대한 강력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얼마나 걸릴지 예측 힘들어"
이날 '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흔적을 지우기 위한 복구 작업이 나흘째 이어지면서 큰 글자는 거의 다 지워진 상태였다. 다만 오염 물질이 남은 상황에서 강추위 여파까지 겹쳐 작업이 얼마나 이어질지, 완벽한 복구가 가능할지도 장담할 수 없었다.

특히 이날 복구 작업에 참여한 대부분 작업자들은 영추문 인근이 아닌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쪽에 투입됐다. 낙서가 오래될수록 오염물질이 석재에 스며들기 때문이다. 40여명의 작업자들이 교대로 복구 작업에 서두르는 이유다.

현장에서 만난 정소영 국립고궁박물관 유물과학과 과장은 "현재 영추문 쪽은 색을 빼놓는 1차 작업이 마무리돼서 이날 쪽문 인근 쪽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며 "당초 복구 작업을 약 1주일 정도로 예상했지만, 담벼락 부위마다 사용할 수 있는 복원 방법이 다르고 진척도가 제각각이라 얼마나 걸릴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정 과장은 "이제 1차 작업이 마무리된다면 다시 가림막을 제거한 뒤 햇빛을 보면서 세부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르포] 좁은 가림막 안에서...'경복궁 담벼락 낙서 테러' 제거 총력전
'경복궁 담벼락 낙서' 10대 남녀 피의자 2명 사흘만에 검거 (서울=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 경복궁 담장을 스프레이로 낙서해 훼손하고 도주한 피의자 2명이 범행 사흘 만인 19일 경찰에 붙잡혀 서울 종로경찰서로 들어서고 있다. 2023.12.19 pdj6635@yna.co.kr (끝)
"강력 처벌로 본보기"
경복궁 담벼락 낙서가 발견된 것은 지난 16일 새벽이었다.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좌·우측 담장에 '영화 공짜'라는 문구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문구 등이 빨간색·파란색 스프레이로 쓰여 있었다. 낙서로 훼손된 가로 길이만 44m에 이른다.

지난 17일에는 모방 범행까지 일어났다. 경복궁 영추문 좌측 담벼락이 새로운 낙서로 또다시 훼손됐다. 길이 3m, 높이 1.8m의 규모로 붉은색 스프레이를 이용해 특정 가수와 앨범 이름을 쓴 것이다.

먼저 피의자가 확인된 사건은 두번째 낙서였다. 두번째 낙서를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 A씨는 지난 18일 오전 경찰에 자진출석했다. 더구나 그는 범행 후 자신의 블로그에 인증샷을 올리는가 하면 "안죄송해요. 예술을 한 것"이라는 취지의 게시글을 올린 것으로 알려져 공분을 샀다.

이어 확인된 첫번째 낙서 피의자는 10대 남녀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줬다.
이들은 경기도 수원시에서 검거됐으며 경찰 조사에서 "지인이 돈을 준다고 해서 범행했다"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납득되지 않는 이유로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담장 훼손된 데 대한 시민들의 분노도 컸다.

이날 경복궁 인근을 지나던 직장인 강모씨(43)는 "잡힌 범인들이 10대·20대라고 하던데, 제발 어리다고 봐주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우리 문화유산을 훼손하는 게 얼마나 큰 범죄인지 강력한 처벌로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wongood@fnnews.com 주원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