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제목을 읽은 당신이 토스와 신한슈퍼쏠 중 무엇을 떠올렸을까. 전통적으로 은행들은 안정감을 주는 녹색을 애용했다. IMF환란 이후 '역동적인 블루'로 갈아탔다. 토스는 개발 초기 경쟁자를 카카오와 네이버로 삼고, 노란색과 녹색을 피한 결과 파란 앱이 됐다.
지난 18일 서비스를 시작한 신한금융그룹의 슈퍼쏠은 기획 단계에서 토스의 전략을 답습했다. 영업망이 탄탄하고 보수적인 금융지주들은 수십개 계열사들이 따로 앱을 개발해 각개전투를 펼쳤다. 치열한 계열사간 경쟁 속 앱간의 연동기능 및 통일성이 떨어졌다. 미묘하게 다른 글씨체와 상징색, 느린 처리 속도에 수십개 앱을 깔아야 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피로 누적을 호소했다. 각개전투 방식은 일종의 '언번들링' 전략이다.
세계적으로 금융 스타트업은 거꾸로 '번들링' 전략을 쓴다. 토스처럼 토스카드·증권·보험·간편결제·송금 등을 하나의 앱에 묶는다. 신한금융도 신한은행·카드·증권·라이프·저축은행의 주요 기능을 슈퍼쏠에 담았다. 기존에 투입한 각종 개발·홍보비용을 모두 내려놓고 새로운 파란 앱을 선보였다. 신한은 더 이상 인터넷전문은행에게 '젊은' 미래고객을 뺏기지 않고자 결단했다.
지난 며칠간 슈퍼쏠을 써보니 자꾸만 토스와 비교하게 됐다. 만보기와 미니게임으로 포인트를 쌓는 기능은 '카피'로 보였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고 말했다. '새로운 차원의 금융' 토스와 '대한민국 리딩뱅크' 신한이 서로의 강점을 소화시켰을 때 웃는 것은 소비자다. 끝없는 경쟁과 모방이 산업 발전의 역사다.
신한금융은 물밑에서 수년간 개발해온 슈퍼쏠 출시를 지난해 11월 공식화했다. 예산과 인력, 그룹 차원의 디지털 역량을 쏟아부었다. 하지만 아직 슈퍼앱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토스가 전통적인 금융사 앱을 경쟁상대로 상정하지 않는 이유는 슈퍼앱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슈퍼쏠에도 토스에도 아직 쇼핑(리테일) 기능이 없다. 쿠팡은 갖춘 인터넷 디지털 서비스(OTT)도 없다.
슈퍼앱이 되기 위해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시킬 수도 없다. 앱이 무거워질수록 처리 속도는 늦어지고, 골목상권을 침해하면 국민 감정에 반할 수 있다. 규제도 숙제다. 신한은 그룹사가 제공하는 전체 1400여개 디지털 서비스 중 주요기능만 슈퍼쏠에 담았다. 기존 계열사의 앱 개발도 포기하지 않고 동시에 진행하는 ‘투트랙’ 전략이다.
어쩔 수가 없다. 은행과 증권, 카드사의 업무를 하나의 앱에 몰아넣어서는 안된다는 규제가 엄연하다. 슈퍼쏠은 슈퍼앱이 되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mj@fnnews.com 박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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