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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워너, 파라마운트 인수에 관심 보여...미디어 공룡 탄생하나

워너 CEO, 19일 파라마운트 경영진과 회동
양사 합하면 OTT 시장 3위까지 노려볼 수도
치열해진 OTT 시장에서 콘텐츠 늘리고 비용 줄이려 합병 추진
아직 구체적인 논의 없어, 규제 당국의 허가도 미지수

美 워너, 파라마운트 인수에 관심 보여...미디어 공룡 탄생하나
지난 9월 2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버뱅크에서 촬영된 워너 브라더스 스튜디오.로이터뉴스1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거대 미디어 기업인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이하 워너)가 다른 미디어 거물 파라마운트 글로벌을 사기 위해 논의를 시작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는 갈수록 치열해지는 미디어 업계에서 콘텐츠 범위를 키우고 비용을 줄이려는 노력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을 비롯한 현지 매체들은 20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서 워너의 데이비드 자슬라브 최고경영자(CEO)가 19일 미국 뉴욕의 파라마운트 본사를 방문했다고 전했다. 이날 자슬라브는 파라마운트의 밥 바카쉬 CEO와 만나 몇 시간 동안 비공개 대화를 나눴다. 두 경영자는 워너가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인 ‘맥스’와 파라마운트의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가 통합되었을 때 예상 가능한 결과를 논의했다고 알려졌다.

미국의 유명 영화사이자 대형 유선방송 업체인 파라마운트는 뉴스 채널 CBS, 음악 채널 MTV, 어린이 채널 니켈로디언, 코미디 채널 코미디센트럴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가지고 있지만 최근 과도한 부채에 시달리고 있다. 관계자들은 워너가 파라마운트를 흡수합병하거나 파라마운트의 모회사인 내셔널어뮤즈먼트를 인수하는 방식 중 하나를 고른다고 내다봤다. 이미 내셔널어뮤즈먼트의 최대 주주인 셰릴 레인스톤은 경영권을 포기할 의향이 있다고 알려졌다. 미 언론들은 이달 초 그가 다른 미 영화 제작사 스카이댄스에 지분 매각을 고려 중이라고 보도했다.

HBO와 CNN, TNT 등 다양한 유선방송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워너는 파라마운트의 콘텐츠를 흡수할 경우 다양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디스커버리를 약 20년 동안 이끌었던 자슬라브는 지난해 워너 미디어를 인수하면서 덩치를 키웠고 그 이후로도 많은 기업들을 집어 삼켰다. 그는 공격적인 인수 합병 다음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비용을 아꼈으며 지난 11월 실적 발표에서도 추가 인수를 예고했다. 자슬라브는 “우리는 앞으로 12~24개월 안에 기회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외신들은 워너가 파라마운트 인수를 통해 비용 절감을 추구한다고 진단했다. 독일 시장조사업체 스테티스타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OTT 시장 점유율 1위는 넷플릭스(17%)였으며 이후 디즈니플러스(14%), 아마존프라임(13%) 순서였다. 워너의 맥스 점유율은 8%로 전체 5위였고 파라마운트플러스의 점유율은 5%로 7위에 그쳤다. 두 기업이 합병한다면 시장 점유율 부분에서 아마존을 넘볼 수 있고 막대한 비용 절감을 기대할 수 있다. 워너와 파라마운트의 순부채는 OTT 사업 투자로 인해 9월 말 기준 각각 430억달러(약 56조원), 140억달러에 이르렀다.

다만 두 기업이 합병이 실제로 진행되려면 갈길이 멀다. 관계자들은 양사 경영자들의 이번 만남이 구체적인 제안 보다는 관심 표명 수준이었다고 평가했다. 양사 모두 구체적인 금액이나 조건, 시기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
또한 WSJ는 디즈니가 지난 2019년 21세기 폭스를 인수할 당시에는 인수합병에 우호적인 도널드 트럼프 정부였다며 현재 조 바이든 정부에서는 독과점 시비가 생길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양사의 합병 논의 소식이 알려지자 20일 워너의 주가는 5.7% 하락했으며 장 마감 이후에도 1.4% 더 내려갔다. 파라마운트 주가는 장중 2% 하락 이후 장 마감 이후 약 1% 더 떨어졌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